김홍우(khw***) 2019-08-26 12:12:57
“맛있다는 것은 어릴 적에 맛있게 먹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지..”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지금도 맛있게 먹는 음식들 중에도 그렇게 예전 그 시절에 어머니가 해주셨던
것들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가끔씩은 아내에게 요청을 하게 되는 음식도 그때 그 어릴 적에 그렇게 어머니가
해주셔서 맛있게 먹었던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는 새삼 고개를 끄덕이며.. 휴.. 먼 하늘을 바라보게 됩니다.
저 어린 시절 1960년대 초 중반.. 너 나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 모든 이들이 가난했던 시대이고 시절..
그래서 먹을 것이 귀했고 또 있어도 변변한 것이 없었던 시절.. 된장을 풀어 끓인 배춧국만으로도 보리밥 또는
정부미 밥 한 그릇이 뚝딱이었지요. 고추장을 벌겋게 풀은 콩나물국.. 수제비.. 동사무소에서 배급을 받아온
밀가루를 끙끙쿵쿵 국수방망이로 눌러가며 반죽을 하여서 칼국수를 끓어주시던.. 없었던 시절이라 아이들의
입도 궁했고 그래서 닥치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더 맛있게 먹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 ‘맛’이 입에
배어버렸다고나 할까요.. 지금도 불쑥불쑥 떠오르면서 똑 같지 않다면 그 비슷한 맛이라도 찾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러한 것은 비단 ‘입맛’에 국한 되지 아니하고 입던 것이나 가지고 놀던 것 에도 그러합니다.
물론 어릴 적 입던 것들을 지금에도 입어 볼 수는 없지만 어쩌다가 옷 가게 진열장에 그 비슷한 모양의 것이라도
걸려있으면 다시 한 번 더 쳐다보게 됩니다. 혹 개구멍바지, 풍차바지 또는 밑씻개 바지라고도 하였던 어린 아이들의
바지를 아십니까? 허허 대소변 보기에 아주 편리했지요. 허허. 그리고는 가지고 놀던 것들입니다. 물론 요사이에는 딱지,
구슬 같은 것은 찾기 힘들지만 어쩌다 혹 전시되어 있는 것이라도 보게 되면 제 마음은 훨훨 어릴 적 추억 속으로
날아들어 가게 되곤 합니다.
‘자치기’를 아시나요? 한두 자 쯤 되는 큰 막대기로 한 뼘 쯤 되는 새끼 막대기를 힘껏 쳐서 멀리 보내는 놀이입니다.
친구들과 참 많이 하고 놀았는데.. 또 비석치기도 그렇고 땅따먹기도 그렇고.. 술래잡기와 다방구 놀이를 하면서 땀을
뻘뻘 흘렸었는데 지금은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추억이 되어버린 기억 때문이겠지요. 언젠가 뚝
변을 산책 중에 그 자치기에 쓰던 비슷한 모양의 나무들이 있기에 일부러 그것을 들어 어릴 적 자치기 흉내를 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오우! 생가보다 제대로 맞은 새끼 막대기가 공중으로 붕 뜨더니만 저 만큼 개천 물속에 퐁당 하고 떨어졌습니다.
‘그래 실력만큼은 변함이 없군’ 하면서 히히 웃게 되는데 또 주변에 누가 없는지 주의의 눈으로 휘둘러보게도 됩니다.
뚝 변에 혼자 올라 저렇게 자치기를 하고 있는 목사님이라.. 허허.. 뭐,
어때 목사는 어릴 적도 없었겠는가 마음속에 중얼거려 봅니다.
대장도 이기는 ‘빛나는 일등병’ 딱지를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둘렀던 기억.. 공책을 찢어서 배꼽딱지를 만들어
가지고 친구들과 팔이 떨어지라고 있는 힘껏 땅바닥에 내리 꽂곤 하였는데.. 지금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몇몇 이유를 열심히 마음으로 헤아리고 있는 중인데 그 중에서도 확실한 것은 누군가 ‘같이 놀아줄
사람’을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지요. 그 배꼽 딱지치기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 아내에게 해보자고 할까..
왠지 이상한 눈으로 보면서 쯧쯧 할 것 같고.. 딸아이들은 각각 자기 일로 바쁘기도 하지만 딱지치기가 뭔지
그 자체를 모르니 재미가 없을 것이고..
지금은 더위가 약간 풀리는 듯하지만 이렇게 더운 여름을 지내면서는 역시 저 어릴 적 ‘물총쥬스’가 생각납니다.
삼각형 투명 비닐용기에 탱탱하게 담겨 있던 빨강 노랑 쥬스 물 그 모서리 한 쪽에 바늘구멍을 내면 마치 물총처럼
쏠 수도 있었기에 뜨거운 여름날 골목길에서 서로에게 쏘면서 낄낄거렸던 그 시절 한 여름 날의 후줄근하였던
추억들이 마치 어제 일이었던 것처럼 둥실 둥실 떠오릅니다.
당시에도 어디서 어떻게 그렇게 만들어져 구멍가게들마다에 진열이 되었던 것인지도 알 수 없었으니 불량식품이었던 것이
분명한데 그래서 먹기보다는 그렇게 서로에게 쏘아대며 물총놀이를 삼았던 것일까요?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이러한 생각들을 가끔씩은 떠올려 보고 있을까..
누군가가 “지난 것은 다 아름답다.”고 하였다는데.. 그래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어릴 적에 먹었던 것은 다 맛있었고
어릴 적에 하고 놀았던 것들은 다 재미있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가끔씩은 ‘나 어릴 적에..’을 말하며 자신의 현재를
찾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어릴 적에도 아프고, 슬프고, 괴로웠던 일들이 여전히 있었기도 하지만 이제 이렇듯 그
모든 것들이 반세기 넘는 세월 속에 덮여버리고 나니 그렇게 아프고 슬프고 괴로웠던 것들조차도 떠오르고 생각나고
미소 짓게 되는데 과연 세월의 힘이 막강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시절 속 엄마의 눈길처럼 부드럽고
또 손길처럼 자상하기도 합니다.
지금 무엇을 맛있게 드십니까? 혹 어렸을 적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지금 그 입맛을 그렇게 조정하여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왜 아니겠습니까.. 또 이제는 차마(!) 흉내 내어 볼 수 없는 어린 시절 나의 모습들이 딱지, 구슬과 더불어서
아닌 듯 내 삶에 건강함을 일으키는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역시 또 왜 아니겠습니까..
그때는 일본말도 많이 썼지요.. 쨩 께미 뽀, 으찌 니 쌈, 등.. 요즘 같으면 국민정서가 대두 되며 일상이 될 수 없는
말들이지만 그때는 아이 어른 들이 다 그러하였으니.. 쯧, 아무튼 그렇게 쪽발이 말로(당시 아이들 표현)소리치면서
깔깔거리던 그때의 여름날들..
혹시 그렇듯 놀기에만 열중하여 밤중에 쌍코피를 흘렸던 기억과 더불어 그때 함께하였던 그러한 옛 친구들이 지금도
여전히 곁에 있습니까? 그래서 과연 그랬던 옛 모습과 모양들을 그때처럼 낄낄깔깔 지금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 어린 시절의 모양처럼 내보이면서 왁자지껄 주고받을 수 있는 오랜 친구 옛 친구 어릴 적 친구들이 비록 이제는
반백의 모습이라도 여전히 곁에 있다면 당신은 복 된 사람입니다. 그 친구들에게 지금 전화를 해보세요.
“야, 우리 오늘 저녁에 한 번 모여서 떠들어 보자, 그래 거기로 모여 다들 연락해서”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우선은 즐거운 것이지요.
옛 기억으로 옛 입맛으로 그렇게 즐거워져서 또 행복해지는 오늘 저녁이 되시기 바랍니다.
- 산골어부 2019826 / 출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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