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꽃 억새는
- 淸草배창호 -
은빛 가을살이 살갑게 일고 있다
언뜻 잠이 덜 깬 네 닮았어도
바람이 손짓하면 이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입김만 스쳐도 날아갈까 봐 가슴 졸여도
가을 찬 서리 신들린 나부낌이 참, 신통하다
누구 하나 어여쁘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바람에 내맡긴 하얀 꽃 무릇,
눈만 흘겨도 이무럽게 다가와 정감으로 엮인 게
혼신을 다한 열정이 상념 속에 묻힐 테지만
한 순을 갈고 닦은 빛살처럼 펼친 아름다움,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이내 서걱서걱 사위어 가면서도
차마 지난날 붙잡을 수 없었기에
연 날리듯 그리움일랑 바람에 띄웠다
홀씨 된 마음, 이별은 만남을 위한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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