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룡(woo***) 2018-11-29 13:25:29
고등학교 시절,
대학 진학을 위해 수차례 모의고사를 치룬 적이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으나 꼭 시험만 치고 나면 정답이 생각나고 이렇게 쉬운 문제를 틀리다니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아니면 한번만 더 생각해 볼 걸 안타까워 한 적 있다
시간에 쫓겨, 겨우 문제를 다 풀 때 쯤 감독 선생님은 엄숙히 말씀하셨지.
“자, 시간 다 됐으니 손을 머리 위로 올려라”
“그리고 맨 뒤에 학생은 시험지를 거둬 교단 위로 가지고 와라“
그때 마지막 두 문제를 못 풀고 남았는데도 시간이 다 되어 손을 머리 위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고 가슴 아파 할 때가 있었지!
왜 시험을 치룰 때마다 <좀 더> 하고 아쉬움을 가질까?
왜 후회 않도록 조금 만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부모님은 나를 어느 날 이 세상 한 가운데다 떼어놓고 조금 키워주시더니 하늘나라로 가셨다.
나는 어딘지 모르는 세상 한 가운데에서 홀로 살아가야 하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어딘가 안전한 곳으로 피해보려 했지만 지구라는 공간은 피할 곳이 없었다.
그냥 체념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을 얻어 자식을 키우며 살아야만 했다.
때로는 무일푼에 굶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살아야할 의미를 찾으려 술에 취해 길거리를 방황도 해보고,
때로는 웬 떡 일까? 여여뿐 아가씨를 만나 연애도 해보고 지구를 떠날 수 없으니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나는 지금도 술만 먹으면 스스로에게 삶의 의미를 물어보곤 하지.
“넌 왜 사니?:“
고생하며 살아가는 초라한 내 모습에 때로는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원망도 해 보고,
이 지긋한 지구를 떠날 수는 없을까 또 다시 생각이 도지다가도,
이내 주어 진 운명이란 결론으로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로 마음을 접고 말지!
그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제대로 한번 살아볼까?
어느 시인의 말씀처럼 기왕에 소풍 왔으니 제대로 한번 소풍놀이 하고 가자!
소풍 왔다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니 매일 매일이 신비스럽고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생겼다.
때로는 내 뜻과 달리 고통을 감내해야 할 때도 있겠지!
때로는 내 스스로 고통을 받아드려야 할 때도 있겠지!
때로는 들어야 할 말, 보아야 할 것, 느끼며 고민하고 한없이 슬퍼해야 할 것,
사랑하며 기뻐해야 할 것들을 소풍 다니며 겪어야 하겠지!
그래도 기왕이면
선생님이 “이제 그만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라고 소리칠 때 “한 문제만 더 풀면 되는 데ㅠㅠ” 하고 아쉬워하듯
신이 언젠가 내게 “이제 그만 숨을 멈추고 가만히 움직이지 말라!“ 고 하실 때
“아직도 난 할 일도 많고 가야 할 곳도 많고 즐길 것도 많은 데ㅠㅠ“ 라고 아쉬워하지 않도록
그 시간이 다가오기 전에 남은 시간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소풍 온 이 지구에서
제대로 재미있게 살다가야 하지 않을까?
소풍은 즐거워야 하는 것!
본의 아니게 다가오는 고통이나 슬픔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기쁘고 재미있는 일들로 남은 시간을 채워 나가 보련다!
그리고 어느 날 신이 부르면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도록 매일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제대로 삶을 느끼며 살아보련다.
삶이란 시험지는 “후회 없이 잘 살았다”는 100점 답안으로 가득 채워질 수 있도록!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자기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들 (0) | 2018.12.17 |
|---|---|
| 얼마든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 (0) | 2018.12.10 |
| 중국의 융성(隆盛)과 망조(亡兆) (0) | 2018.11.29 |
| 신기루와 멋진 무지개 (0) | 2018.11.28 |
| 혼자 생활해보기 (0) | 2018.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