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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閨珉 의 悲劇.

덕 산 2018. 7. 3. 11:38

 

 

 

 

 

 

 

 

박천복(yor***) 2018-07-02 11:26:33

 

한규민은 내 친구의 딸이다.

어려서부터 다른 애들과는 쉽게 구별 될 정도로 영민했고 그 자질이 출중 한데가 있었다.

인물도 재 어머니를 닮아 훤칠했고 예뻤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학업성적도 최상위권 이었으며 운동도 잘 했고 악기도 잘 다뤘다.

 

그런데 규민이가 중학교 졸업반 이었을 때 그 부모는 이혼했다.

규민이의 아버지, 그러니까 나와 막연 한 그 친구는 브라운대학 출신으로 성격이

퍽 소극적이었고 자기의 학력을 앞세워 아내를 멸시하는 나쁜 태도가 있었다.

 

좋은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풍족했지만 결코 원만한 가정은 아니었다.

사람은 자기가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면 극단적이 되기 쉽고, 결국 아내 쪽에서 이혼을 요구했었다.

 

그 후 규민이는 어머니와 살았으며,

친구의 아내인 규민이의 어머니는 집안의 대 소사에 대해 늘 나와 의논했다.

나는 내 친구와 그 이혼한 아내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으며 규민이의 성장과정

에서도 일정부분 개입하게 됐다. 규민의 진로문제 같은게 그런 것이다.

 

규민이는 내가 예상하고 기대 했던대로 일류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과 동시에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한국지사에 입사했다.

모녀사이는 원만했지만 그들과 내 친구사이는 더 소원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규민이 어머니에게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규민이에게 애인이 생겼는데 자기가 보기에는 규민이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그 청년의 사람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남편을 대신해서 그 청년을 만나보면 좋겠다는 것이었으며,

특히 규민에게 그 청년은 상대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해서 이해시켜 달라는 부탁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일이 어렵다는 점을 알았다.

 

 

 

 

 

 

 

남녀사이, 그것도 젊은 사람들 사이의 문제는 직선적이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객관적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규민이 어머니의 부탁이 간절했고 내가 규민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말의

책임감 때문에 이 일에 개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선 규민이를 만나 그 청년의 대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때 규민이의 설명 속에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묻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특히 그 청년의 적극적인 성격과 소탈함에 반해 있었다.

한 인간을 짧은 시간 안에 폭 넓게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은 같이 밥을 먹는 일이다.

 

규민의의 주선으로 우리 세 사람은 여러 가지 반찬이 나오는 한정식 집에서 만났다.

여자는 여자가 봐야 알 수 있고, 남자역시 남자가 봐야 여자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살필 수 있다.

그 청년은 첫눈에 규민이의 상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근본에서 차이가 너무 컸다.

그들과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나는 그 청년에 대한 인상을 정리해봤다.

밥 먹는 자세로 미루어 그 청년이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서 자란 것을 알 수 있었고,

인간적으로는 성격이 거친 편이고 반찬을 골라먹는 모습에서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인간임을 알 수 있었다.

 

함께 밥 먹는 사람들과 식사의 속도를 맞추는 예의가 없었으며 특히

밥 먹고난 자리가 아주 어지러웠다.

가정교육이 없었다는 증거다. 낙제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규진이와는 부류가 다른 인간이라고 판단했다.

 

며칠이 지난 후 조용한곳으로 규민이를 불러내어 긴 얘기를 나눴다.

우선 결혼의 중요성을 설명했고,

상대의 선택은 일생을 좌우 할 만큼 큰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규민이가 보는 남자와 어머니나 내가보는 남자는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 청년에 대한 규민이의 설명 속에는 소극적이고 오만했던, 어머니를 늘 멸시했던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있었으며 학력, 경제력에서 자기보다 못 한 것도 인정했다.

나는 두 사람이 성장한 환경이 너무 다르고 개인적인 성격이나 취향도 합치되는 곳이

없기 때문에 결혼문제는 더 깊이 생각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줬다.

 

규민이는 어려서부터 내가 하는 말에는 대부분 순종했고 자기 쪽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이 청년에 대한 문제만은 자기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내게는 그 결과가 뻔히 보이지만 규민의 젊은 눈에는 그게 안 보이는 것이었다.

 

사랑에 눈이 먼 인간은 누구나 결국은 어리석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분별력이 흐려지게 된다.

규민이 같이 영민한 사람도 판단을 잘못하는 것이다.

 

지금 규민이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남매의 엄마이며 한 가정의 주부로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아주 어려운 형편이며,

아내에 대해 콤플렉스가 심한 거치른 남편은 자주 술을 마시고 폭력까지 휘두른다.

아이들도 이런 나쁜 환경 때문에 거칠어지고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다.

우리가 염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규민이는 내게 몇 번이고 이혼을 생각했지만 부모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고 또

아이들 때문에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큰 기대를 모았던 출중한 재원(才媛; 뛰어난 능력이나 재주가 있는 젊은여자)하나가

이렇게 큰 비극 속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규민이의 모친도 나도 아픈 가슴을 안고 산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가져온 이 엄청난 결과를 어떻게 수습 할 것인가.

결국은 헤어져야 할 것이다. 한규민을 살리는 길은 그것밖에 없을 것 같다.

규민이도 이제는 모든 내막을 알았고 자기의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동의 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것만이 한규민이 사는 길임을 나는 굳게 믿고 있다.

 

어리석은 인간은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 괴테.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