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곤 기자 안준용 기자
입력 : 2017.11.21 03:00
국민연금, 외부 의견 묻지 않고 내부 기구인 투자委서 결정
文대통령의 '공공기관 노동이사' 공약 의식한 코드 맞추기?
- 삼성 합병때와 판박이
"노조추천 인사, 주주가치에 반해" 외국 의결권 자문사는 반대 의견
- 靑·복지부 입김 있었나
275개社 국민연금 지분 5% 넘어… 코드 맞추기 나서면 큰 파급력
20일 열린 KB금융 주주총회에서 KB금융의 최대 주주 국민연금이 KB노조가 추천한 사외 이사(노동 이사)에
찬성표를 던졌다. 외국인 주주의 반대로 부결되기는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공공 기관 노동
이사제'를 의식해 국민연금이 주주 이해에 반해 대통령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국민연금은 이런 내용을 외부 자문을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지난 정권 시절 외부
의견을 묻지 않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찬성했다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는 곤혹을 치른 국민연금이
정권이 바뀌자 과거와 같이 일을 처리하는 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 합병 건으로 곤혹스러웠는데…
노동 이사에 대한 찬반 같은 민감한 사안을 국민연금이 내부 기구인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은 수수께끼다.
이번에 KB금융 노조는 사외 이사 추천 건 외에 대표이사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정관 변경 안건도 냈다.
대표이사 인사권 제한 안건은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 '반대'했다.
그런데 노동이사 선임 건은 외부 의견을 묻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 의견을 묻지 않고 내부 기구인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결정을 했다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탈이 났다.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당시 투자위원회 위원장)이 구속 수감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전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문제가 생긴 전례가 있는데도 외부에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은 잘못된 행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친노조 성향 정권에서 이런 결정이 나온 걸 보면, 지난 정권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해 문제가 된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연금이 오해를 피하기
위해선 특정 사안에 대한 찬성, 반대 논거를 명확히 세워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 의견과 거꾸로 간 국민연금
이번 주총에서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사외 이사는 하승수 변호사로, 좌파 성향 단체인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을 지냈고, 2004년 옛 현대증권(현 KB증권)
노조와 소액 주주 추천으로 현대증권 사외 이사로 3년간 활동했던 적이 있다.
하 변호사에 대해 앞서 세계적 의결권 자문 회사인 ISS는 "과거 정치 경력,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 주주 가치에 반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내의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하 변호사가 전체 주주 이익보다는 노동조합의 이익을 최우선에 둘 수 있다"고 우려했고 반대를 권고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날 "사외 이사 선임에 대해 법상 결격 사유, 과도한 겸임, 기업 가치 훼손 이력 등이 있으면
반대하도록 하는 내부 지침이 있다"며 "하 변호사는 이런 반대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찬성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외압 있었나
국민연금이 하 변호사에게 찬성표를 던진 것은 청와대나 보건복지부의 입김이 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노동 이사 찬성을 결정한 것은 지난 7일 국민연금 신임 이사장에 김성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임한 이후인 14일이다. 국민연금의 전 고위 관계자는 "연금운용본부 자체 결정이라지만,
투자위원회가 알아서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감안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새 정부 코드 맞추기에 나서면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최대 주주이거나 2대 주주이다. 지분을 5% 이상 가진 상장 기업만 275곳에 이른다.
국민연금 전 고위 관계자는 "KB금융 주총과 같은 일이 반복되면 민간 기업 이사회에 노동계 이해만 대변하는
'노동 낙하산'을 꽂는 일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출 처 : 조선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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