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감자 이야기

덕 산 2012. 6. 16. 14:13

 



 

 

 

 

 

5월초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긴 여직원이

떠나면서 유리컵에 키우던 감자를 주고갔다.

잘 키워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이 못생긴 놈은 7개 정도 손가락 길이만큼의 싹이 자라고 있었는데....

내 딴에는 햇빛도 못 보는 주제에 싹이 많아 힘이 들 것 같아서,

가위로 머리 깎듯이 짧게 잘라 주었는데,

어느 날 새로운 싹이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 그놈이 자라는 것은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빨랐다.

먼저 이발한 놈은 모두 잘라 버리고,

그 녀석 만 남겨 놓기로 마음먹고,

요놈을 관심있게 지켜보는데......

 

요 녀석이 키가 한 뼘이 되고 꽃 봉우리를 6개정도 맺은 것이다.

 

유리컵에 물만 먹고 자라니 영양이 부족하여

여러 개의 꽃을 피울수가 없는지...

한 송이 만 남고 나머지 봉우리는 다 시들어 버리는 것이다.

 

 

부랴부랴 한참 신경써서 녹차를 물속에 넣어두었다.

몇 시간이 지나 파랗게 물이 변하자

직원들이 너무 독하다며 물을 버리라고한다.

 

물만 버리고 녹차는 넣어두고 물을 재차 담아두고...

 

다음 날 출근하니 하얗고 연한 자주 빛을 뽐내고

활짝 피어 웃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감탄하며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다.

 

형광등 아래에서 햇빛 한번 못보고,

물만 먹고 자란 녀석이 대단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서 꽃을 피울 수 있는 감자를 보면서...

우리네 인생살이와 견주어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

 

--- 2003. 7.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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