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동작동 현충원에서...

덕 산 2012. 6. 10. 18:33

 

 

 

 

 

 

 

 

수원에서 생활한지 30년 가까이 된다.

매 년 현충일에 동작동 현충원을 다녀오는데...

처남 한분이 군복무 중 사망해서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장모님과 집사람은 현충일이 되면 제물을 준비해서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서 이른 새벽 4~5Km 거리의 

역전까지 걸어 나와 열차를 이용하여 당일 왕복으로 다녀오셨다고 한다.


내가 직장 문제로 수원으로 이사 온 뒤부터

우리 집에서 매 년 제물 준비해서 동작동에 다녀오고 있다.


동작동 현충원을 찿는 사람이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적어지고 있다.

6.25참전 용사들은 아마 부모님께서 이미 다 돌아가셨을 것 같고...

미망인께서도 생존해 계신분이 많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무더운 날씨... 등에 배낭을 메서 그런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처남이 안장된 묘역으로 가는데...

중간 위치의 묘역에 어르신 혼자서 비석을 쓰다듬으며

절규하시는 모습이 보인다.

6.25참전용사 묘역이다.

찿아 오는 사람이 별로 없는 묘역이다.

등 굽은 백발의 연세 많으신 어르신이다.

6.25전사자 미망인 인듯....

 

남편을 그리워하며 혼자 오신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모습은 몇 년 후엔 볼 수 없을 것 같다.

미망인들 가슴에 한 맺힌 세월들을 누가 보상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가!

 

 

 

 

 

 

 

이곳 동작동 현충원에 안장된 인원이 167,000명이라고 한다.

가족을 찿을 수 없는 무명용사들....

그렇게 산화되어 이 땅을 지키고 그분들 덕택에

우리가 이렇게 행복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현충일만 이분들을 찿아 오는 의례적 행사가 되지 말고

유가족에게 더 많은 관심과 혜택이 주어지는 보훈정책이 실현되어야 한다.

  

묘역에 두자밖에 안 되는 비에 처남 이름이 새겨져 있다.

비 앞에 제물을 진설하고 향을 피우고 촛불켜고 배( () )를 올린다.

여기저기 지방에서 생활하는 처조카와 막내처남이 자리를 같이했다.

큰처남도 논 농사를 영농법인에 맡기고 시간 여유가 있는지

모처럼 참석해서 참배인원이 15명이다.

잣나무 그늘아래에서 식사를 마칠 때까지

장모님은 아무말씀도 하지 않으신다.

모두 장모님께서 불편해 하실까봐 그저 침묵으로 시간을 보낸다. 


장모님과 집사람은 동작동에 올 때 마다 기제사 수준으로 제물을 준비한다.

참석하는 인원이 많다 보니... 제물외에 가져 올 물건도 많아 보따리가

여러 개 되어.... 짐을 옮기는데 보통일이 아니다.

장모님 마음 불편하시지 않도록 생전엔 원하시는 대로 다 해드릴 생각이다.


수원시 사회복지과에서 차량을 제공해주어 유가족들이 편하게 다녀 올 수 있었다.

버스에 동승해서 유가족에게 안내와 편의를 제공해준

수원시청 사회복지과 직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다.

 

--- 사진은 중국 교포 배경님 자료 중 옮긴 것 입니다. ---

 

 

 

반응형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나리  (0) 2012.06.16
감자 이야기  (0) 2012.06.16
송년 권주가  (0) 2012.06.16
모현정에서  (0) 2012.06.16
아리랑 아라리요 공연  (0) 2012.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