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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홀로 살아간대도... / 이동수

덕 산 2012. 7. 6. 14:35

 

 

천년을 홀로 살아간대도...

                - 이 동 수 -


 저 파란 하늘을 휘도는

 한 올, 바람처럼

 붉은 꽃잎 하나 물고

 천년을 홀로 살아간대도

 나고 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고


 빛 밝은 햇살이 되어

 님의, 살 가슴에 안기어

 천년을 홀로 살아간대도

 빛을 싫어하는 그림자가

 속살거리는 바람을 만들어

 애별리고(愛別離苦)의 가시밭길로

 이끄는 구나


 속 맑은 물처럼

 내 마음 다 들추어

 천년을 홀로 살아간대도

 글썽이는 눈물이 마르고

 꽃, 잎 새의 이슬이 말라


 구름이 되어 하늘에 오르면

 설운 통곡들이 낙뢰 끝 우뢰로

 은죽(銀竹)이 되고 백설(白雪)이 된다 하니


 저 공한 하늘처럼

 수천, 수만 년을 홀로 살아간다면

 눈앞에 일고지는 일체의 형상들이

 바람, 일순에 스러지는 바람이라 할 터인데

 내, 어이 어이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