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견례 하는 날....
하늘도 두 사람 첫 걸음마를 지켜봐 주시고 또한 순조롭게
경사가 진행될 것 같은 청명하고 기분 좋은 날이다.
동네 한정식 집에서 양가 부모와 당사자들만 참석하여 상견례를 하였다.
동네에 있는 한정식 식당은 내가 재직 시 지인과
두서너 번 이용했던 식당이다.
정원에 모과나무, 감나무, 노송, 조릿대 숲이 어우러져 도심 속이지만
고향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정원수는 시골집에 주변에 있는 나무와 같이 사람손이 별로 닿지 않아
오히려 그런 자연스러움이 사람의 마음을 더 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단층 건물 기와지붕에 고풍스런 분위기가 있다.
아무래도 결혼 날자와 결혼에 대한 부수적인 대화들이 오가는데
요즘 번듯하게 잘 지어진 양식건물에서 대화하는 것 보다는
시골집처럼 방석에 않자 마주보며 대화하는 장소가 거리감을 줄이고
양가 모두 친근감을 느낄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마나님에게 딸냄이와 같이 가서 적당한 옷을 구입하랬더니....
몇 시간 백화점에서 시간만 보내고 브라우스와 구두만 사들고 들어왔다.
골라 봐도 맘에 드는 게 없다나?
내가 왜 모르겠는가?
자린고비 마나님 돈 생각에 이것저것 만져만 보고 돌아온 것을....
절약도 정도 문제지 딸자식 여윈다고 상견례하는데....
싼 옷을 구입하려다 아까워서 돈도 쓰지 않고 그냥 돌아 온 것이다.
그렇게 30년 살았으면 이젠 경우에 따라 쓸 때는 써야 되는데...
언제까지 저렇게 살 것인지... 우리 마나님 구재불능이다.
옷과 구두가 색상과 디자인이 좋다면서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는다.
30년을 같이 살아왔는데... 서로가 서로를 왜 이해하지 못하랴
쯧쯧... 오히려 저러는 마나님이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다.
마나님과 딸냄이에게 상견례 장소에서의 기본적인 예의와 관련하여
간단하게 설명하였다.
양가 부모 좌석배치, 식사 시 예의, 양가부모 질문에 대한 답변 등
사전에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대화 할 내용을 머리에 담고 있는데...
결혼날자, 장소 이런 것이 제일 화두일 것 같다.
되도록 분가라든지 사돈댁에 부담을 주는 내용은
아예 꺼내지 않는 것이 도리일 것 같은 생각이다.
우리가족이 먼저 식당에 도착해서 기다렸다.
곧 상대편 가족이 도착하여 식당에 들어섰다.
사전 예약해서인지 종업원이 조용한 방으로 안내했다.
도배지와 장판 색상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예비사돈 내외는 우리보다 몇 살 연하다.
그래서 젊은 예비 사돈이 보기 좋다.
두 분 인상도 무척 좋아서 딸냄이에게 잘해주실 것 같은 생각이다.
딸냄이는 양가 부모의 좌석를 가르켜 준데로 안내하였다.
식사하면서 서로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말을 아끼며 결혼 일자와 예식장 장소 등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결혼일자와 예식장은 신랑 측에서 정하면 따르겠노라고 했으며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본인들이 원하는 장소나 금액을
알아서 결정하니 아이들 의견도 존중하자고 제안하였다.
대화하면서 평소 잘 못하는 술을 몇 잔 마셨더니....
얼굴에 홍조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아들 녀석 상견례라면 더 기분이 좋았을 텐데....
딸녀석이라 뺏기는 것 같아 표현하지 않아도 서운한 면이 다분이 있다.
별 무리없이 상견례를 마치고 집에와서 마나님은
전문직인 딸냄이가 결혼시기를 좀 늦춰도 되는데
뭐 그리 서두르냐며 나에게 짜증을 부린다.
마나님 푸념을 결혼시킬 때 까지 들어야 할 것 같다.
딸아이 시집 보내는게 서운해서 그러는 걸 왜 모르랴
좋은 날이면서도 기분이 묘하다.
꼭 자식을 뺏기는 것 같은 허전함은 왜 그런 것일까?
좀 허탈한 마음에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봉녕사를 찿았다.
해질 무렵 시간대라 그런지 산사가 조용하다.
부처님께 기원하고 돌아서는데... 발거름이 가볍고 마음이 편하다.
“부처님의 加護가 있으시겠지”....
어느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마음 한켠에 서운한 감정이 지속해서 남아있는 것은 왜 그럴까?
이것이.... 부모 사랑인가?
- 2010. 10.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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