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내리는 山寺
- 淸草배창호 -
선암사 산중 도랑에
안개비 수런수런 망울처럼 굴러
아스라이 숲길을 덮고 있다
자박자박 청록의 여름이
정감으로 덧칠한 무늿결이 빼어나게 곱다
간간히 하늘 낯빛을 견주는
옥색 치장의 소매니 사이로
고샅길 더듬듯이 기어가는 한 줌 빛살이
졸금거리는 여우비를 속뜰처럼 품었으니
화답이나 하듯이 미소처럼 번지고 있건만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람이 없는
오늘의 인연이 진국처럼 묵상에 들었어도
별을 헤는 이내 마음에는 늘 그리움이 있어
집착은 고통의 시작이라 했던가
번뇌는 산죽山竹처럼 사각 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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