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애완견 안락사 시키고 나서...

덕 산 2013. 4. 23. 19:09

 

 

 

 

 

 

딸아이... 고등하교 재학시절...

애완견 키우는게 유행이었다.

매일 엄마에게 졸라대서

거금 30만원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품종은 요크샤테리어인데

요 녀석이 조그만 체구인데...

난 그것도 모르고 시골 X강지와 같이

목에다 제법 커다란 줄을 묶어놓고

마당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기도 했다.

 

아직 엄마 품을 그리워 하는지...

사시나무 떨 듯 하고...

마나님은 애완견을 마당에다 놓고

줄로 묶어 놓아 스트레스 받아서 설사한다며...

동물병원 다녀오고...

 

이렇게 정성과 사랑으로 키우며

성견이 되고 3차례 새끼도 낳아 분양했다.

 

이름은 딸아이가 애니라고 지어주어

자연스럽게 애니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렇게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생활하던 애니가

2~3년 전부터 건강에 조금 씩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나이가 금년에 14살이나 되었다.

 

금년들어 밥도 누워서 먹고, 화장실 갈 때나,

자기가 움직이고 싶은 곳으로 가고 싶을 때

깽깽거려 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곤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대변 볼 때에는 힘든 다리를 절며

가족의 도움 없이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았는데...

몇 일 전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밤에도 몸이 불편해서 관절부위 등에서 통증이 오는지

깽깽거리며 도움을 청하지만

처음 깽깽거리며 도움을 청할 때에는 소변을 보고 싶어

화장실에 넣어 달라는 주문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니...

알아들을 수도 없다.

 

평일 주간에 집에 사람이 없는 관계로

소변을 거실 이곳저곳에 보아

치워야 하는 불편함이나 집안에 냄새.....

 

그리고 몸이 불편해서 도움을 청하는데

알아듣질 못해서 계속해서 짖어대니

물론 애니야 자기 몸이 많이 불편하니...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겠지만....

가족들은 불쌍해서 도와주지만

하루이틀이 아니라... 보통 신경이 써 지는게 아니다.

 

이젠 소변을 보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못하고

소변위에서 몇 시간을 몸 부림쳐서

온 몸이 소변으로 범벅이 되어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젖은 몸으로

사람을 보면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보며...

불쌍해서 동정이 가지만 별 다른 대체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

 

이제는 도저히 같이 생활하기가 곤란해져서

동물병원 원장과 상담 후 애니를 데리고 갔다.

 

나이가 많아 뒷다리 관절부위가 약해져

걸을 수 없다고 한다.

눈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백내장이 왔다.

 

애니를 살피던 원장님은

애니가 치료해서 전과 같이 생활할 수 있으면

치료해서 가족과 같이 생활해야지만

현재 상태로서는 나이도 있고

회복하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

 

원장님과 애니의 건강상태에 대해 의견교환하고

이제 도저히 자력으로 대소변도 못 가리게 되었으니...

불쌍하고 미안하지만 어쩔 수없이

안락사 해달라고 주문하였다.

 

14년 동안 가족과 함께한 애완견이라기 보다

가족의 일원이라고 여겨지는 반려동물이었다.

깊은 정 때문에 눈물이 흐른다.

 

원장님이 준비하는 동안

애니가 집에서 나에게 안아달라고 할 때와 같이

내 몸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안아주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나를 힘들게 한다.

 

 

 

 

 

미용샾을 가거나, 동물병원을 갈 때에

애니는 나름대로 긴장해서인지

몸을 항상 떨고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 버둥 치곤했다.

 

그러나 애니도 이제 가족과 이별을 예감하는지

떨지도 않고 거실에서 나에게 안기는 것과 같이

나와 눈도 마주치고 예상외로 평안한 모습이다.

그 동안 애견샾과 병원을 다닐 때에

이렇게 긴장하지 않고 편한 행동은 처음이다.

 

발버둥치고 거부하는 행동을 보이면

마음이 더  아플텐데....

자기 운명에 순응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 마음이 좀 놓인다.

사람도 죽음을 알고 운명앞에서 순응하는데...

애니가 죽음 앞에 놀라울 정도로 태연하다.

 

나는 애니가 들을 수 있도록 애니 귀에다 큰소리로

“애니야 미안하다. 애니야 미안하다” 하고 말했다.

그 동안 네가 있어 행복했었다고...

애니는 나에 마음을 읽는 것일까?

원장님이 내가 안고 있는 애니를 데리고 갈 때에도

애니는 반항 한 번 하지 않는다.

 

원장님이 나에게 인도할 때까지

눈을 감고 애니를 위해 기도했다.

 

원장님은 정성스레 애니를 손질해주고

머리와 몸통 부분을 구분하라고

上. 下라고 붓으로 커다란 글씨로 써 주었다.

 

원장님이 연세가 좀 드신분이라 그런지

망견에 대한 예우를 다 해주셔서 감사했다.

가까운 장소에 가족이 자주 볼 수 있는 장소에

묻어주겠다고 하니까...

북쪽이나 동쪽 방향으로 머리를 향하게 해서 묻어주라고 하신다.

원장님 말씀대로 가는 길 정성을 다 해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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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서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애완견 키우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정이 깊어지면

헤어짐이 어렵습니다.

 

개는 본시 밖에서 키우는 짐승입니다.

절대로 집안에 키우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게 정을 주지 마시고

그 사랑과 금전적인 것들을 가족을 위해 활용하시면

더욱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리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제 반려동물은 절대 키우지 않을 생각입니다.

 

- 2013 .4.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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