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나무의 독백 / 민흔기
벌거벗는다는 것은
죄의 고백을 위함인가?
지난여름 수많은 일을 거친 가운데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을 보고
내가 잘해서 그런 줄 알았다
벌거벗은 마음에
앙상하게 드러난 육체
하얀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
당신 앞에
모든 것을 겸손히 내어놓고
경건한 마음으로 첫눈을 맞는다
얼마나 부끄러운지 말할 수 없다
마음까지 하얗게 만들어 주신 당신
새싹 돋아날 때까지
그리움 안고
당신 품속에서 고요히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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