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을 견디는 나무 / 박인걸
한겨울 강가에 홀로 서서
바람의 매서운 채찍을 맞으며
밤이면 상고대에 뼛속까지 저려와도
그 침묵은 얼음보다 단단하다.
언 강물은 뿌리 끝까지 옥죄고
흐르는 시간은 가지 끝까지 덮는다.
가장 깊은 고통은 도망칠 수 없는 신세
깊은 체념 속에 속으로 울고 있다.
잎 하나 남김없이 비운 자리엔
결핍 대신 고요가 깃들고,
무서운 침묵 속에서만 피어나는
고독의 빛이 아침 햇살에 아른거린다.
가혹한 시련의 시간이 길지라도
나무는 누구도 의지하지 않는다.
견뎌낸다는 것이 삶의 운명이라면
가혹함조차 하나의 스승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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