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냄새 / 박종영
어느 하루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우려
파란빛을 찾아 나서던 날,
길모퉁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넝쿨이 서로 부둥켜안고
질긴 손 비비며 감싸고 있다
척박한 담벼락에서도 푸른 날의 그리움을
손잡아주는 동행의 길인 듯,
그 열기 데워지는 풋풋함으로 사방이 달콤하다
마치 그리운 날 뜨거운 가슴인 양
장작불처럼 활활 타오름은 어떤 연유일까?
가던 길 멈추고 다디단 냄새 흠흠 거리니
뿌듯이 차오르는 이별이 눈가에서 시리다
그대는 아시는가?
바람의 휘하(麾下)에서
풀꽃 향 도도하게 풍기는,
이토록 배부른 초가을의 냄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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