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 김용택 (0) | 2025.09.26 |
---|---|
가을 오후 / 도종환 (1) | 2025.09.22 |
아홉 가지 기도 / 도종환 (0) | 2025.09.21 |
빗속에서 도종환 (0) | 2025.09.19 |
장마 / 이영균 (0) | 2025.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