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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의 뜻 / 김일선

덕 산 2025. 9. 3. 18:35

 

 

 

 

초가을의 뜻 / 김일선

가느다란 여윈 가지에
노랗게 퇴색한 이파리를 하나 둘 떨구며
장애를 안고 태어난 넝쿨장미 몇 송이
하늘을 앙모하며 울고 있다

다가오는 가을을 시샘하는
마지막 여름의 폭염이
인정사정 두지 않고 내려쬐면
시들어가는 초목사이로
여름은 멋쩍게 창백한 미소를 띄운다

느닷없이 굵은 빗방울의 소나기가
뜨겁게 달궈진 뜰의 돌들을 적시면
여름은 이제 얌전히 안식을 그리리라

또 가면을 쓰고
한동안 새 계절의 유순한 속삭임을
들으며 조용히 꼬리를 감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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