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나의 문장 / 淸草배창호
조석으로 서늘해질 절기에
말복이 떠나기 전 입추가 왔다
불같이 타오르는 절정의 목백일홍,
정인의 물빛으로 차고 넘칠 즈음
동녘의 섬광처럼 고즈넉한 울림을
외올베 무명천으로 꽃잎을 감쌌다
눈앞에 한해의 고지가 저만치 보이는
아마 칠, 팔 부 능선쯤 왔을까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사람의 일도
관습에 찌든 애착의 산물인지라
스쳤다가 미어지는 덫 없는 옷깃처럼
황량한 세월마저 꿰매고 싶었다
살풀이 하듯 완성을 이루는 건
굽이굽이 곡절이며 까닭의 몫이기에
저마다 가야 할 길이 있듯이
내칠 수 없는 삶의 고리가
질펀한 애증의 강물 되어
잃은 듯이 애환으로 흐른다
해와 달의 원력인가,
진흙에서 맑고 향기로운 연꽃을
걸리지 않는 바람이 주술처럼 피우듯
바탕의 끝을 미리 예단할 수 없지만
훗날이 없는 먼 그 이후까지 환하게 밝힐
별 하나를 소중하게 가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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