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천의 불볕인들 어떠하리 / 淸草 배창호
소서小暑의 바람이 곁에서 머물다
산등성이를 넘어갈 무렵
장맛비가 뿌린 찔레 숲 덤불마다
아직은 떠날 낌새가 없는 원추리는
소쩍새의 못내 섧은 그리움처럼
눈가에 선연하도록 이슬이 맺혔는데
칠 부 능선을 넘으려는 복더위에
호랑나비 문신을 새긴 산나리의 팔등신,
기린의 목을 빼닮은 주근깨 매력이
알싸한 속뜰을 내리꽂듯
는개 비가 고만고만 구르는
산과 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풀숲에 맺힌 풋풋한 빛 방울조차
코끝이 찡하도록 어찌 저리도 고울까
숨넘어가는 듯한 열대야의 폭서에
장대비에도 헤아리는 넉넉한 그 마음
그때나 지금이나 그렁그렁 차 있는 눈물샘
마음속에 쟁여둔 네, 사랑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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