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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 이동원

덕 산 2025. 2. 10. 08:33

 

 

 

 

 

한파 / 이동원 

파도를 몰고 드는 해풍은
회한의 탈 쓰고
전봇대를 덮친다
어둠은 짙어
밤 깊은 줄 모르고
허기진 바람이 전깃줄을 흔들며
통곡하고 있다
왜냐고 창을 여니
휘이잉~ 휘이잉~
연유를 말 못 하고
눈물 없이 대성통곡하는데
이웃 조문객 별님들
은은히 웃고만 있다
산자락 뒹구는 낙엽들이
회한의 몰이에 쫓겨 길 잃어
보스락거리고 오두막 창을 뛰어든다
삶의 한숨 자락이 낙엽 따라
공허의 하늘 치솟는 밤
또 하나의 그리움이 창틀 아래
숨바꼭질하며 바스락거린다
바람살에 이는 이야기가
외양간 뒤 아궁이에 걸 터 앉아

무쇠솥 부뚜막에 줄줄이 대롱대롱
제 몸, 제 살 비비는 시래기처럼
바스락바스락 애타게 몸부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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