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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외로움 / 최홍윤

덕 산 2025. 2. 9. 08:32

 

 

 

 

 

추위와 외로움 / 최홍윤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 외딴 집은
집이 외로워서,
창문을 꼭 잡고 있던 문틀이
헤프게 입을 벌려 헐거워서,
황소바람이 방구석, 구석을 헤집다가
노파(老婆)의 가슴에는 불어 주지 않았다.

바람의 세월을 이겨내다
또 한 번의 바람을 맞았으나
외풍은 오래된 먼지만 건드려놓고
황소 구멍으로 행하니 달아났다

​뼈가 시리고
가슴 시린 지독한 고독에 장작불을 지피고
내 연한 입김을 불어넣어 보지만
외로움에,
사시 나뭇잎 떨듯 떠는 가슴을
데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 입김으로 쓰는 詩다

​외로움은
이 나라의 외딴 마을의 현주소다.
정작, 들녘에 나가보니
굽이굽이 칼바람은
강 언덕에 휘휘 돌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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