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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 날 / 김문억

덕 산 2025. 2. 12. 13:02

 

 

 

 

 

대보름 날 / 김문억

 

이 나이에 새삼

빌어야 할 무슨 소원 따윈 없지만

​심심풀이 달맞이로

어슬렁 어슬렁 언덕에 오르던 저녁

귀머거리 코머거리

이목구비도 없는 미인

 

하늘님 무남독녀

만인의 연인이라는데

오늘은 쉬는 날인지 여지껏 안 나오네

분 화장이 늦었는가

늙은이라고 괄시하나

구름인지 안개인지

별은 뜬 것 같은데

궁시렁 거리면서 더듬더듬 언덕길을 내려와

늦은 귀밝기 술 한 잔 하고 나오는데

댕기머리 보름달이 구름밭을 써레질하며

 

내 머리 위로 훨훨 날아가고 있네요

올해는 시집간다고 거짓부렁 또 하면서.

​세월도 그렇게 기다리는 마음을 속이면서

눈과 눈 사이로 어느 결에 흘러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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