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마음에 일을 만들지 말라 / 법상스님

덕 산 2025. 1. 19. 13:21

 

 

 

 

 

마음에 일을 만들지 말라 

 

애씀 없이, 특별한 일 없이 그냥 물 흐르듯 평화롭게 사는 것,

그것이 불법에 이르는 길이다.

 

인연 따라 상황 따라 마땅히 응해 주면 되는데

거기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입지도 벗지도 못하는 꼴이 되고 만다.

 

여여부동한 평상심만 잘 지키면 괴로울 것도 그렇다고 즐거울 것도 없이

마음은 중도의 평화를 지키게 된다.

그러나 아무 일 없던 평상심에 한 생각 일으켜 집착과 애욕을 일으키면

순간 평상심은 깨지고 온갖 괴로움이 몰려오는 것이다.

그러니 구도자의 갈 길은 특별한 무언가를 찾겠다거나,

좀더 나은 삶을 좇아 달려가는 것보다는 도리어 아무 일 없는 평상심을

회복하는 것에 있다.

평상심이 한 번 깨지고 나니 회복해야 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저 잘 지키고 있었다면 다시금 마음을 일으켜 회복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평상심이야말로 큰 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문제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스스로 집착을 만들어내지만 않으면 애초의 처음 그 자리, 적멸의 자리인 것이다.

 

어떤 일 때문에 괴롭다면 그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바로 그 어떤 일에 대한 집착을

놓으면 풀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거의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에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돈 못 버는 것도 돈에 대한 집착만 놓으면 되고,

어떤 대학 이상은 가야 한다는 생각도 그 목표 지점에 대한 집착을 놓으면 해결된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죽음의문제 역시 죽음에 대한 집착만 놓아버리면 해결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이며 수많은 인류의 성인들은 스스로 집착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스스로 나다 하는 에고를 만들지 않았으며,

내 것이라는 소유의 아집을 일으키지 않았고,

내 생각에 갇혀 있지도 않았다. 집착과 이기,

욕심과 번뇌를 만들지 않았는데 다시 놓을 것이 무엇인가.

이미 처음부터 텅 비었고, 고요했으며, 열반의 즐거움에 머물렀을 뿐이다.

 

공연히 집착을 만들어내, 그것으로 아파하고 괴로워하다가, 그것을 없애기 위해

애쓰고, 겨우 그것을 없애고서는 이겨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이 어리석은 일들을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애초부터 문제를 만들지 않으면 애쓸 것이 아니라

다만 아무 일 없도록 하면 된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본래 일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간 수십 념을 살아오며 마음에 얼마나 많은 짐을 만들어냈는가.

얼마나 많은 집착과 이기를 만들어냈는가

가만히 돌이켜 보자.

처음 태어났을때 순진무구하던 어린아이의 마음이

공연한 집착과 번뇌로 얼마나 어두어지고 혼탁해졌는가.

가만히 마음을 돌이켜 비추어 보자.

다만 비추기만 하되, 공연히 마음에 일을 만들어내지만 않으면

그 자리가  불성이고 신성이다.

내마음엔 얼마나 많은 일이 있는가.

마음에 일을 만들지 말자.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