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冬將軍 / 윤갑수
매서운 동장군이 칼바람차고
자꾸만 내게 들이댄다.
구겨진 얼굴을 벌겋게 그을리니
한파가 화장을 해준다.
꼬임에 빠진 강추위가 왼 종일
우리를 약 올린다.
저물녘 텅 빈 길가의 나목들이
한파에 맥 못 추는 인간을
비아냥대듯 거들먹대며 춤춘다.
두터운 외투 옷깃사이로 비수를
들이대듯 칼바람이 스며들면
퇴근길을 가로 막고 유혹한다.
포차 불빛이 유난히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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