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단순하게 다만 삶을 살라 / 법상스님

덕 산 2024. 5. 20. 08:35

 

 

 

 

 

 

단순하게 다만 삶을 살라

 

단순하게 살라.
단순하게 사는 것이 좋다.
단순한 것이 삶을 가장 분명하고 명료하게 해 준다.

 

...

 

지금 이 순간의 현재에 집중하고 있을 때
생각은 맥을 못 추고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과거를 들추어 내거나, 미래를 상상할 때
생각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니면서
우리 내면을 복잡하고 정신없이 쏘 다니곤 한다.

그렇게 과거나 미래를 들추어 내어
온갖 생각의 밭에 양분을 듬뿍 뿌려 주고 나면
이제부터 우리의 마음은 정신 없이 바쁘고 복잡해 지게 마련이다.
생각하는 것들이 그대로 짐이 되고, 일이 된다.
이처럼 생각의 틀에 갇힘으로써 우리의 삶은 더없이 무겁고 버거우며
중독적으로 일에 집착하고, 짐을 버리지 못하게 된다.

언제나 해야 할 일들로 넘쳐난다.
그것도 온갖 경우의 수를 다 헤아리면서
내가 생각한 바 대로 세상을 이끌고 나가려는 욕심과 집착까지
함께 가세를 하여 우리의 삶은 단순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

 

단순함과 명료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오직 찰나 찰나로 순간만을 사는 것이다.
지금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바로 이 현실,
지금 여기의 이 삶만을 살아 나가는 것이다.

 

...

 

일 주일 후에 있을 레포트 발표와
한 달 후에 있을 중요한 고객과의 미팅과
일 년 후에 있을 시험이며 진급 발표며
몇 십 년 후에나 있을 안락한 노후준비를 위해
왜 지금 이 순간을 허비하며 정신없이 살아야 하는가.

훗날 있을 그 모든 일들을
왜 지금부터 끌어안아 고민하고 걱정하며 온갖 그로인한 생각들로 휩싸여야 하는가.
그렇기에 우리의 삶이 복잡하고 정신 없으며 항상 일이 많은 것이다.
실제 삶을 가만히 살펴보면 ‘지금 여기’라는 현실은 별로 일이 없다.
그다지 할 일이 많지 않다 .

다만 내 앞에 주어진 일을 하면 될 뿐이다.
현실에서 주어진 그것을 그냥 하면 된다.
거기에 무슨 많은 생각이 필요한가.

...

 

내가 어떤 생각을 했다고, 그 생각이 ‘내 생각’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연따라 상황따라 언제나 생각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다만 인연의 조화에 따른 생각일 뿐이지
그것이 곧 ‘내 생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일어나는 생각들을 잘 지켜보고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생각의 장난일 뿐,
그 상황 자체는 좋거나 나쁜 어떤 것이 아니다.

...

 

생각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생각은 우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정신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명료한 삶의 지혜를 놓치게 한다.

...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우리는 내 눈 앞의 현실을 놓치게 된다.
깨어있음이라는 ‘지금 여기’의 빛을 놓치게 된다.

그렇다고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미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생각에 얽매이고 생각의 감옥에 갇히지 않으면 된다.
생각이 일어나면 다만 그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라.
생각을 없애려고 애쓰지 말고 그대로 두고 다만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라.

...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라.
생각으로 살지 말고 온 존재로써 살라.
온 존재가 그대로 직접 삶과 부딪치라.
내 앞의 현실만을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살게 될 때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있던
단순함과 명료함의 지혜는 비로소 깨어나게 된다.

우리의 삶이 한없이 단순해 진다.
단순해 지면서 또렷해 진다.
삶을 사는 것 그 자체가 그대로 지혜의 움직임이 된다.

맑고 쾌청한 가을 하늘처럼
삶을 다만 살기만 하라.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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