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산중일기 / 김용택
오늘은 하루 종일 산중에 봄비입니다
문 열면 그대 가듯 가만가만 가고
문 닫으면 그대 오듯 가만가만 옵니다
문 닫으면 열고 싶고
문 열면 닫고 싶고
그 두 맘이 반반입니다
한 맘이 반을 넘어
앞산 뒷산 산산이 다 초록이 되어버리고
그대가 내 맘 안팎에서 빨리
미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내 맘은 지금 비 지나는
물 위 같습니다
자꾸 동그라미가 그대 얼굴로
죽고 삽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서성여도 젖지 않는
산중에 오락가락 봄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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