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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에만 외롭게 우는 뻐꾸기 / 박종영

덕 산 2024. 3. 12. 09:03

 

 

 

 

 

초봄에만 외롭게 우는 뻐꾸기 / 박종영 

 

언제나 그 빛으로 초봄은 열리고

황토밭 닮아가는 푸석한 허기증이

청보리 푸른 눈에 얹히고, 구불구불 마른 논두렁길에

제비꽃 푸른 눈이 춤추는 한나절

산 뻐꾸기는 또 혼자만 운다

덩달아 따박솔에 숨어 외로운 목청 높이는 곤줄박이

그때마다 조팝나무 한 매듭씩 새순 트고

더딘 봄, 시려 아랫목 파고들던 사랑의 언어와

이맘때만 외로움 타는 누나의 눈물도

즐겨 아끼는 그리움이다.

시작되는 생명들 뒤섞이는 봄날은,

습습한 바람에 실려 하늘길 묻는 구름과

작은 마음의 붓으로 그리던 타인 같은 그대를 외면한 채

연분홍 패랭이꽃 움틈의 행렬에 숨는다.

할 일 없이 흐르는 봄볕,

해맑은 산골 물에 노란 꽃잎 들썩이는 물매화,

들 찔레 가시 돋친 눈으로 시샘하려 해도

하냥 그렇게 붉은 가슴 태우며 울어대는 산 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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