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너는 왜 사니?

덕 산 2023. 7. 10. 09:48

 

 

 

 

 

너는 왜 사니? 

 

한은예 2023-07-07 17:08:41

 

너는 왜 사니 ?

 

풀잎 섞인 진흙을 잔뜩 물고 와 집을 짓다가 그 아래를 지나가는 나를 보면  “지지배 지지배 ” 하고 욕설을

퍼붓는 녀석들이 언제부터인지 나를 보아도 개 보듯 무시하고 집짓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그 옆에는 어미가 올 때마다 입을 쩍쩍 벌리던 녀석들이 떠나 텅 비어 있는 집이 있습니다 .

매물이 아닌지 그 큰 집은 쳐다도 안 보고 녀석들은 빈터에 집짓기가 한창입니다 .

‘그 큰 집에 살던 부부와 새끼들이 모두 어디로 떠났을까요 ?’

한 녀석은 남아 새살림을 차릴 수도 있는데 누가 밤에 와서 자는지 통 알 수 없습니다 .

 

남해의 석탈해는 남의 집 담 둘레에 숯과 숫돌을 묻어놓고 그것을 증거로 집을 빼앗아 들어앉는 사기술의

진수를 보여 주는 역사가 있는 이 터전에서 이 녀석들은 그 신통묘술을 털끝만큼도 터득하지 못했습니다 .

제비족이 여자만 잘 꼬셔 등쳐먹는 수준에 머물지 않았나 봅니다 .

요즘 신세대에 제비족이  ‘제비의 발 ’이라고 인식하는 순진 族 도 있다고 하니 세상은 그리 타락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

 

여하튼 이 녀석들 그 빈집에서 새살림을 시작할 수도 있을텐데 힘겹게 열흘을 넘어 진흙을 퍼 나르고서야

집을 지었으니 도덕성은 타락하지 않았고 제법  사람답다  제비답다 하겠습니다 .

이 녀석들에게  ‘재활용 ’을 말했다가는 똥 세례를 받을 것입니다 .

 

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집이 함부로 건드려지지 않으니 집주인은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보루가 있어

안심할 것입니다 .

 

어느덧 기초 공사도 끝나고 기반을 다지며 담을 쌓는 작업을 합니다 .

제비족 주택단지가 조성되어 갑니다 .

이 근처에는 제법 제비가 여러 마리 보입니다 .

어디 가서 짝을 찾았는지 둘이서 열심히 진흙을 날라와 집을 지었습니다 .

집을 다 지었는지 한 녀석에 그안에 들어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말똥말똥 바라봅니다 .

그렇게 꿈쩍 않던 녀석이 벌레를 물어 오고 그새 머리를 삐죽이 내놓고 입을 쩍쩍 벌리는 새끼들 입에 잡아온

벌레를 넣어 줍니다 .

 

제비는 겨울을 나기 위해 일본을 거쳐 대만 , 필리핀과 멀리는 호주까지 갔다 돌아온다고 합니다 .

우리가  ‘강남 ’으로 일축하여 부르는 곳입니다 .

남쪽의 먼 곳이라는 뜻의 강남은 , 요즘같이 전자칩이 없는 옛날 사람들이 제비를 미행할 리 만무하니 남쪽의

따뜻한 곳을  ‘강남 ’으로 불렀을 것이며 이것은 누적된 경험에 의해서 안 지식으로 과학적이다 할 것입니다 . 

누적된 경험은 실험에 버금갑니다 .

 

현대에 사는 제비는 사람에게 잡혀 칩이 이식되고 그들의 비밀 루트가 탄로 나는 불상사를 겪습니다 . 

제비족도 고통과 불안을 떨칠 수 없는 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

 

농가가 사라진 곳에 제비 터전도 사라지고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는 제비도 살 수 없으니 사람의 처지에

따라 제비의 처지도 희비가 엇갈립니다 .

그래도 녀석들은 뱀이나 맹금류가 없는 인간 세상에서 얽혀 사는 것이 보다 나은 환경이라고 믿는 믿음이

인간과 얽혀 사는 관습을 습성으로 이어가게 합니다 .

개체 수가 줄어가도 어떻게든 적응해서 삽니다 .

 

그래서 타령으로  “지지배  지지배 ”하고 인간을 보면 욕설을 퍼붓지 말입니다 .

여자 욕설만 퍼붓는 것으로  ‘인간이나 동물이나 암컷은 다 만만해 보이는구나 ’ 하는 이론을 정립시킵니다 .

수컷이 암컷에 의해 태어난 것을 잊지 않는다면 자만 (自滿 )할 것도 없음을 알 것으로 으르렁댄다면 그저  

‘암컷 〚=약자 〛‘을 사냥감으로 보는 것으로 , 요런 놈들은 우리에 들어가는 것이 안전한 세상으로 제비들도

인간을 떠나 어디서든 안심하고 집을 지을 것이지만 , 그런 걱정은 지구가 폭망하는 날 사라집니다 .

 

각설하고  ‘강남 ’은 따뜻한 먼 곳의 어느 지역으로 제비가 추위를 피해 살다 오는 곳으로 우리는 의심도 없이

가을이면 제비가 강남으로 간다고 말해왔습니다 . 

그리고 제비가  ‘강남 ’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양을 건너는데 이동 중 절반은 바다에 떨어져 죽는다고 합니다 .

그래서 일찍 새끼를 낳아 부지런히 나는 연습을 해서 그 먼바다를 무사히 건너야 할 것임을 녀석들도

알 것입니다 . 

 또한 번식기 제비 한 마리가 먹는 벌레 수가  5 만 마리나 된다니 제비들을 응원하는 이유가 됩니다 .

 

화단의 화초에는 갖은 벌레가 있습니다 .

땅속에서 뿌리와 줄기를 갉아 먹는 해충부터 가지 잎 꽃 열매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대는 이 놈의 병충해

때문에 꽃이 시들고 열매가 생기자마자 노랗게 떠서 떨어지고 기운이 다 빠진 식물은 죽어버립니다 .

터전을 닦지 못하고 지는 사람의 일생과 흡사합니다 .

 

제비족 같은 기생충과 바이러스는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지만 어디서든 존재합니다 .

무농약으로 작물을 재배할 때는 비닐하우스와 온실에서나 가능할 것입니다 .

노지에서 무농약 재배로 얻은 작물은 못난이 과일과 잎이 숭숭 뚫린 채소로 만족해야 합니다 .

그것으로 당신의 맛있는 식탁을 차릴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하는 말이 국민을 잘 살게 해준다고 합니다 .

국민이 잘살게 하려면 해충과 바이러스를 먼저 퇴치해야 하는데 이들이 해충퇴치 ! 

세균박멸 !를 구호로 외치고 특효약을 제시한 적은 없습니다 .

그리고 그들이 해충퇴치 ! 세균박멸 !를 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그들은 누구와 싸우는 것일까요 ?

국회의원들의 싸움의 대상이 혹시 그들 자신은 아닐까요 ?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