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蓮花(연화) / 淸草배창호
휘고 꺾일 것 같은 어지러운
풍미風靡의 바람이 일어도
벌판을 쓸고 온 눈 한 번 깜박일 뿐인데
전음傳音을 쏟아 낸 염원의 기지개
삶의 궤적을 일궈온 고요한 자태는
초연히 이 여름의 진상이 되었다
잎새마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또르르 넘치면 단숨에 비울 줄 아는
세속에서 보기 드문 욕심 없는 환한 네,
한 철 머무름이 짧다 해도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가히 그 뉘라서 빚을 수 있을까,
뿌리에서 연자방(蓮房)까지 베풂의 충만을
물에 떠 있는 달을 보고 있으면
생채기를 풀어놓은
번뇌로 휘도는 일상이 퇴적을 이루는데도
진흙 속에서 정화를 이룬 그 향기,
더없이 그윽한 연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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