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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불행이 아니다 / 유치환

덕 산 2023. 5. 25. 10:06

 

 

 

 

 

슬픔은 불행이 아니다 

                            - 유 치 환 -

 

모색(暮色)이 초연한 거리 끝에 서서

내가 이렇게 눈물짓는 것은

불행(不幸)하여서가 아니다.

 

시방 기척 없이 저무는 먼 산이며

거리 위에 아련히 비낀 초생달이며

자취 없이 사라지는 놀구름이며-

이들의 스스로운 있음과 그 행지(行止)의 뜻을

나의 목숨이 새기어 느낄 수 있음의

그 행복(幸福)에 흐느껴 눈물짓는 것이다.

 

- 진실로 진실로

의지없고 덧없음으로 하여

보배롭고 거룩한 이 꽃받침자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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