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들판 / 박 인 걸 -
풀꽃 향기 바람에 일렁이는
그 내음에 내 영혼이 갇힌다.
가슴을 초록(草綠)으로 염색하니
마음은 풀처럼 낮아진다.
거칠 것이 없는 시야(視野)에
잔잔한 바다보다 더 아늑한
근심하나 없는 자유가
풀밭 위에 나를 살며시 누인다.
여기에 참 행복이 있구나.
세상(世上)에는 없는 행복이
들볶이지 않는 넉넉함이
풀밭에 오롯이 쌓여 있구나.
꽃은 꽃에게 말하고
풀은 풀끼리 몸을 문지르며
서열(序列)이나 등급이 없으니
여기가 바로 그곳이로구나.
나 여기에 이대로 주저앉아
언제까지나 풀처럼 살고 싶다.
근심걱정 모두 잊어버리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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