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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