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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장석주

덕 산 2023. 3. 14. 12:48

 

 

 

 

 

3월  / 장석주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어지지 않은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저 3월의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산수유나무는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

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

제 슬픔 하나라도 빚어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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