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똥 / 안도현
봄똥, 생각하면
전라도에 눌러 앉아 살고 싶어진다
봄이 당도하기 전에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
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주는
봄똥, 텃밭에 나가 잔설 헤치고
마른 비늘 같은 겨울을 툭툭 털어내고
솎아 먹는
봄똥, 찬물에 흔들어 씻어서는 된장에 쌈 싸서 먹는
봄똥, 입 안에 달싸하게 푸른 물이 고이는
봄똥, 봄똥으로 점심밥 푸직 먹고 나서는
텃밭가에 쭈그리고 앉아
정말로 거시기를 덜렁덜렁 거리며
한 무더기 똥을 누고 싶어진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3월 속에 서면 / 강선기 (0) | 2023.02.28 |
|---|---|
| 삼일절 / 노주천 (0) | 2023.02.27 |
| 봄보다는 좀 더 뜨거운 것 (0) | 2023.02.25 |
| 봄이 왔다고 / 김궁원 (0) | 2023.02.24 |
| 생명이 계속되는 동안 / 서정윤 (0) | 2023.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