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중요한 것이 없는 즐거움 / 법상스님

덕 산 2022. 9. 20. 12:33

 

 

 

 

 

중요한 것이 없는 즐거움

 

자신의 인생에서, 혹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한번 적어 보자.

 

어떤 사람이나 일이어도 좋고 돈이나 명예, 자동차와 아파트,

사랑과 우정, 수행과 보시 그 어떤 것이어도 좋다.

유,무형의 모든 것에 가치를 매기고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보자.

 

그러면 마음을 비우고 다시 한 번 목록을 살펴보자.

축하한다.

드디어 당신은 자신이 가장 집착하고

얽매여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냈다.

내 삶을 가장 기쁘게 만드는 것도 이 목록이지만

반대로 내 삶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것 또한 이것이다.

 

이 목록이야말로 나를 울고 웃게 만들면서 나를 조롱한다.

나는 여기에 얽매여 꼼짝달싹 못한다.

이것에 따라 내 삶의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나와 내 삶이 좌지우지된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아상을 충족하게 만들어주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동시에

우리를 집착과 욕망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묶어둠으로써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곧 집착을 불러온다.

즉, 중요하다는 것은 동시에

내가 거기에 많이 얽매이고 묶여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도와 심각성은 이처럼 중립적인 대상에 대해

내 스스로 부과하는 무게감인 것이다.

중립적인 대상에 욕망을 일으켜 무게감과 심각성을 부여하면

그때부터 그 대상은 특별히 중요한 것이 된다.

 

내가 부여한 중요도에 도리어 내가 당하고 마는 것이다.

중요도를 부여한다는 것은

그 대상에 실체성을 부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실체적인 것이 없지만

실체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그것이 나를 실제적으로 휘어잡는 것이다.

 

중요도를 낮춘다는 것은

곧 내 바깥에 나를 휘두를 만한 실체적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 삶은 주인 의식을 부여받고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다.

 

더욱이 집착과 욕망은

오히려 바라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너무 과하게 이루고자 애쓰면

오히려 반대급부의 에너지가 상승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집착이 클수록

사실 그 이면에는 이루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욕망이 클수록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커지는 것이다.

이루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의심과 두려움이

이루지 못하는 현실을 창조해내는 힘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고집하던 마음을 돌이켜

이렇게 되어도 좋고

저렇게 되어도 좋은,

마음의 여유로운 빈 공간을 만들어 보라.

 

중요한 것에 대한 중요도를 낮추라.

중요한 것이 없는 사람의 삶은 가볍고 경쾌하다.

크게 신경 쓸 것도 괴로울 것도 없다.

 

그렇다고 중요도를 낮춘다는 것이

반드시 삶에 대한 에너지가 낮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영부영 나태하고 게으르게 산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들에 집착하는 에너지를 낮추게 되면

대신 순수한 열정으로 늘 깨어 있을 수 있다.

 

과도하게 힘을 쏟는 사람보다 훨씬 일의 효율성이 높다.

가볍고 즐겁게 행하는데 성과는 더욱 커진다.

오히려 과도하게 애쓰면 힘만 들 뿐

우주적인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을 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에 대해 집착하는 에너지를 낮추되

순수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욕망하지 않고 단지 원할 수도 있다.

욕망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내포하지만

순수한 바람은 단순한 의도일 뿐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삶에 대한 중요도를 조금 낮추면

삶은 더없이 자유로워진다.

중요한 것이 없을 때

삶은 가볍고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 법상스님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