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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가 관절의 병? 심장·혈관이 더 위태롭다"

덕 산 2022. 7. 21. 11:03

 

 

 

 

 

"류마티스가 관절의 병? 심장·혈관이 더 위태롭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6.27 07:15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류마티스 관절염 명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박경수 교수

이유 없이 멀쩡한 관절에 염증이 생겨 관절이 아프고 손상되는 병. 류마티스 관절염은 전 인구의 1~2%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 달리 ‘관절의 병’ 만은 아니다. 전신에 염증이 계속 되고,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다 보면 심뇌혈관질환이나 골다공증, 암 위험이 높아진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박경수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사망 원인은 관절이 아니라 심뇌혈관 때문”이라며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를 하면서도 동맥경화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수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어려운 점을 세세하게 살피고 솔루션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환자가 많다보니 외래는 항상 붐빈다. 그를 만나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왜 생기나?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변해 면역세포가 관절 활막(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을 공격, 염증과 통증이 나타나는 병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제일 흔하게 알려진 것이 감염이다. 세균·바이러스에만 면역 반응이 일어나야 되는데, 감염 후 우리 몸에도 이상 면역반응이 발생하는 것이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담배와 치주질환이 류마티스 관절염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적 소인도 있다. 원인 유전자가 딱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고혈압·당뇨병처럼 가족력이 영향을 준다. 류마티스 관절염 소인이 있는 사람이 바이러스·세균에 감염되면 더 위험해 질 수 있으므로 특히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의심 증상은?

손가락 등 작은 관절부터 염증이 발생, 관절이 붓고 빨개지며, 특히 아침에 관절이 뻣뻣한 ‘조조강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조조강직이 있으면 단순히 관절이 뻣뻣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양치질·세수하는 것도 힘들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그렇게 만만한 병이 아니다. 염증이 급속도로 진행, 발병 1~2년 사이에 관절이 손상될 수 있다. 관절이 손상되면 양치질·세수·설거지 등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퇴행성 관절염과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과거에 비해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는 줄었지만, 퇴행성 관절염을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오진하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 중년 이상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 기준 중 하나인 적혈구 침강속도가 증가하거나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또한 중년 이상에서는 손가락 관절이 뻐근한 증상도 흔하게 나타나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혈액 검사 상 적혈구 침강속도 증가·류마티스 인자 양성· 항CCP항체 양성·CRP 수치 상승 등의 결과와 함께,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있어야 한다. 활막염 없이 관절이 붓고 아프다면 퇴행성 관절염일 가능성이 크다. 관절초음파로 활막염 유무를 꼭 확인해야 한다. 요즘에는 관절초음파로 혈류까지 확인할 수 있다. 활막에 혈류가 증가돼 있고 부어있으며, 물이 차있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강력하게 의심할 수 있다. 관절 초음파 결과가 중요해 우리 병원에서는 류마티스내과 의료진 모두가 직접 관절초음파 검사를 한다. 손가락 힘줄이 붓거나 손가락에 피하부종이 있어도 손가락이 아파 류마티스 관절염과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초음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류마티스 관절염은 조조강직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조조강직이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절이 뻣뻣해 움직이기 힘들다가 활동을 하면서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조조강직 지속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아침에 1~2시간 잠깐 강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후까지 풀리지 않고 조금씩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관절 주변에 열감도 심하다.

 

-손가락·발가락에만 증상이 생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증상이 손가락, 발가락에만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 손가락은 멀쩡한데, 손목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또 발가락은 이상이 없는데, 발목 주변(중족 관절)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손목·발목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먼저 오면 진단이 잘 안된다는 점이다. 특히 체중이 실리는 발목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발생했다면 병의 진행은 더 빨라지고 손상도 가속화될 수 있다. 진단이 늦어지면 발의 아치가 없어지고 평발처럼 변하며 걷기도 힘들어질 수 있다. 손목·발목이 아플 때도 류마티스 관절염을 한번쯤 의심해야 한다.

 

 

 

 

 

 

-진단이 늦어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류마티스 관절염은 진행이 빠른 병이다. 병을 진단 받고 불과 10개월만에 관절이 손상되는 환자들도 있다. 전신 염증으로 번져 폐렴, 안구염증, 혈관염, 류마티스 결절 등 합병증 발생 위험도 커진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심뇌혈관질환이 위험하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주된 사망 원인은 심뇌혈관질환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전신 염증 질환인데, 염증 자체가 심뇌혈관을 손상시킨다. 약제로 쓰는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제 역시 동맥경화 위험 요소이다. 관절이 손상되서 발생하는 활동 부족도 심장·혈관에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다보니 심뇌혈관질환 위험 요인인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기준이 일반인보다 엄격하다.

 

골다공증도 문제다. 류마티스 관절염 자체가 골절 위험 요인이다. 치료에 쓰는 스테로이드제는 골밀도를 낮춘다. 영국 보고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인해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1년 내 4분의 1의 환자가 사망한다. 골다공증 역시 사망과 직결될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치료 순간부터 자신의 골밀도가 얼마나 되는지, 당장 골다공증 상태는 아니더라도 골밀도 저하 상태라면 골다공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의원 등 작은 병원에서 진료를 봐도 무방할까?

의료진이 류마티스 관절염 약인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제, 항류마티스 약물 처방 경험과 부작용 대처 경험이 있으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메토트렉세이트 등 항류마티스 약물은 면역 억제 작용을 해서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소염진통제는 콩팥, 위 등의 내과적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스테로이드제는 혈당이 올라가고 체중이 증가하며, 피부가 얇아질 수 있다. 골밀도도 떨어뜨린다. 이런 약 부작용에 대한 대처 경험이 필요하다.

 

-스테로이드제를 지속적으로 써도 될까?

류마티스 관절염의 대표 약제가 스테로이드제이다. 스테로이드제는 부작용이 많지만, 급성 염증을 가장 빨리 잡아주는 약이다. 효과가 드라마틱해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끊기 어렵다. 이런 한계 때문에 지난해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스테로이드제를 처음부터 쓰지 말라고 했다. 이 권고에 대해 국내 의사들은 대체로 ‘비현실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항류마티스 약물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2~3개월이 걸린다. 급성 염증으로 관절이 부어서 환자가 힘들어하는데, 그 시간을 마냥 기다리라고 하기는 어렵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염증은 잘 조절해야 하며, 스테로이드제를 쓰더라도 최소 용량으로 최단 기간 써야 한다. 다만 염증으로 인해 관절이 손상되면 돌이킬 수 없다. 스테로이드제를 필요할 때 적절히 써서 염증이 '불씨'만 남은 상태가 됐는데, 갑자기 스테로이드제를 끊어버리면 큰 불로 번질 수 있다. 큰 불을 진화하려면 스테로이드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 스테로이드제를 감량하거나 끊고 싶을 때는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를 해야 한다. 자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류마티스 관절염은 병의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진단 즉시 2~3종류의 약물을 복합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항류마티스 약물은 최대 용량을 쓰고, 시간이 지나고 염증이 안정되면 용량을 줄이는 식으로 처방을 한다. 만약 6개월 이상 항류마티스 약물에 효과 없으면 생물학적 제제를 써야 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경구약과 주사제가 있다. 경구약이 편하긴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경구약인 JAK 억제제(화이자 젤잔즈, 릴리 올루미언트, 애브비 린버크)가 심혈관질환, 악성종양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나와, 생물학적 주사제인 TNF-알파 억제제를 먼저 쓰라고 권고했다. 한국도 이에 따라 지침이 변경될 예정이다. 65세 이상이거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악성종양 위험 등이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TNF-알파 억제제를 먼저 쓰고 2차 약제로 JAK 억제제를 사용하도록 식약처 허가사항이 변경될 예정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보조적 치료는?

약물 치료 만큼 중요한 것이 조기 수술적 치료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앞서 얘기했듯이 활막염으로 활막이 증식되면서 관절을 파괴한다. 증식된 활막은 층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약을 쓰면 층수의 높이는 낮아지지만 층수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정형외과적 수술로 증식된 활막을 아예 없애버리면(층을 없애는 것) 관절 손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활막제거술이라고 하며, 관절내시경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좋은 생활요법은?

관절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절 주변 근육을 키워 근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테로이드제 복용으로 체중이 증가할 수 있는데, 관절에 부담이 되므로 체중이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적절히 해야 하지만 과한 운동은 관절 손상 등 부작용이 있어 오히려해가될 수 있다.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운동을 한 뒤 통증이 있으면 무리한 것이다.

 

금연은 필수다. 흡연은 류마티스 관절염에 확실하게 위험하다고 밝혀진 원인이다. 금연을 꼭 실천해야 하고, 가족도 환자를 위한다면 금연을 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에 효과가 증명된 식품은 없다. 저나트륨·저지방 음식 같이 동맥경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섭취하기를 바란다.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부작용이 없는 범위 안에서 몸에 맞는 보조식품 섭취는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안전성을 생각한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증을 받은 것을 섭취하기를 권한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면역저하자에 속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연구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을 때 코로나 발병으로 인한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신 부작용 걱정을 많이 하는데, 부작용보다 코로나 감염 후 폐렴 등 합병증이 더 문제가 된다. 정부에서 권고하는 스케줄에 따라 백신 접종을 하기를 바란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류마티스 관절염은 평생 가는 병이다. 처음 진단을 받으면 충격을 받고, 절망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약이 좋아져 일상생활을 큰 문제 없이 할 수 있다. 사회생활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당뇨병, 고혈압도 평생 약 복용을 하며 관리를 해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도 이들 질환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부담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주변의 충고보다는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경수 교수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 현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는 ‘임상적인 연구’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암이 생긴 후 항류마티스 약물을 끊어야 하는 지에 대해 살피는 연구를 했다. 연구결과, 항류마티스 약물은 암에 나쁜 영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이드라인도 없는 데다, 암 치료에 영향을 줄까 무서워서 항류마티스 약물을 안 써왔던 것이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암에 걸린 후 어떡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연구를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흔히 쓰는 골다공증 약제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해 진료에 반영하고 있다.

 

그는 환자의 관절 초음파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주치의가 관절 초음파를 직접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관절 초음파를 보면서 환자 상태를 직접 파악하고 주사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6/24/20220624022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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