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선영線影의 바람 소리 / 淸草배창호

덕 산 2022. 7. 12. 12:58

 

 

 

 

 

선영線影의 바람 소리 / 淸草배창호

 

내 안에 음각된 오늘이 오기까지
뿔뿔이 맺힌 이슬을 짓밟으며
바람 물결처럼 가는 동안 불볕에도
봉숭아 물들인 가지마다 꽃을 피우니
늘어지도록 흐드러진 네,
바라만 봐도 괜스레 눈시울이 떨립니다

 

환영처럼 일렁이는 서리 낀 동공에
핍진하게 빗금을 그어 놓았으니
언제인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 엉킨 그리움의 뿌리
억지라도 잘라내고 싶어도 아니 되는
절절한 나락이 되었습니다

 

낡고 찌들은 흑백의 필름처럼
어쩌다 깊은 들숨을 들이마시며
온몸을 전율케 하는 소리의
이슬을 탕진하듯이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곳에
그림자 닮은 바람이 되려 합니다

 

이 여름이 다 가도록
늘 오늘처럼 예지토록 피우는
네, 애끓음에 화답하는
서늘한 선영線影이 될 것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