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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 김춘수

덕 산 2022. 6. 2. 14:05

 

 

 

 

 

​6월에 / 김춘수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도 밝아오는가

밝아오는가​

 

벽인지 감옥의 창살인지 혹은 죽음인지

그러한 어둠에 둘러싸인

작약

장미

사계화

금잔화

그들 틈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 짓는 은발의

소녀 마가렛을 빈 꽃병에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

한동안 이는 것은

그것은 미풍일까

천의 나뭇잎이 일제히 물결치는

그것은 그러한 선율일까

이유 없이 막아서는

어둠보다 딱한 것은 없다​

 

피는 혈관에서 궤도를 잃고

사람들의 눈은 돌이 된다

무엇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슴도치의 바늘이 돋치는데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아내여,

당신의 두 눈과 두 볼에는

하늘의 비늘 돋친 구름도 두어 송이

와서는 머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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