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벚꽃 / 淸草배창호

덕 산 2022. 4. 7. 13:34

 

 

 

 

 

벚꽃 / 淸草배창호

 

4월의 초순, 눈을 틔우고 있는 가지마다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봄날 중 최고의 단아한 정취가

허공에 박제로 박힌 듯

삼백예순날을 기다린 끝에 하얗게 꽃피우는

그윽한 시절 인연을 마구 휘날린다

 

열흘이면 봄눈처럼 지고 말 꽃잎이

이별의 뒤안길이 못내 서럽다 해도

기억 저편으로 묻혀가는

봄의 행간을 채울 때마다

할퀴고 지나가는 신열조차

가슴으로 담아야 할 아릿한 사랑이라서,

 

목이 탄 햇살의 눈총이

해 나른한 저잣거리의 폭죽처럼 쏟아지는

비애가 되었을지라도

서둘러 가야 할 집이 없어도

누가 널 도요桃夭속으로 밀어 넣었는지,

먼 길 떠나는 봄바람의 나신이 가히 절색이다!

 

"도요桃夭

복숭아꽃이 필 무렵이란 뜻으로,

혼인을 올리기 좋은 시절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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