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 淸草배창호
4월의 초순, 눈을 틔우고 있는 가지마다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봄날 중 최고의 단아한 정취가
허공에 박제로 박힌 듯
삼백예순날을 기다린 끝에 하얗게 꽃피우는
그윽한 시절 인연을 마구 휘날린다
열흘이면 봄눈처럼 지고 말 꽃잎이
이별의 뒤안길이 못내 서럽다 해도
기억 저편으로 묻혀가는
봄의 행간을 채울 때마다
할퀴고 지나가는 신열조차
가슴으로 담아야 할 아릿한 사랑이라서,
목이 탄 햇살의 눈총이
해 나른한 저잣거리의 폭죽처럼 쏟아지는
비애가 되었을지라도
서둘러 가야 할 집이 없어도
누가 널 도요桃夭속으로 밀어 넣었는지,
먼 길 떠나는 봄바람의 나신이 가히 절색이다!
"도요桃夭
복숭아꽃이 필 무렵이란 뜻으로,
혼인을 올리기 좋은 시절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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