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산골마을 기차역에 앉아서

덕 산 2020. 1. 28. 14:11

 

 

 

 

 

 

 

 

김홍우(khw***) 2020-01-26 16:44:26

 

 

완행열차라는 이름은 지금도 있는 것일까.. 아마도 없겠지.. 완행(緩行)이라는 말 자체가 천천히 간다.’라는 것이니

작금의 시대에 누가 천천히가는 것을 원할 사람이 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여 봅니다. 특히나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의 패턴은 빠르게 더 빠르게에 맞추어져 있게 되었습니다. 저마다 빠른 회선, 전송, 배송 들을

자랑하면서 요금경쟁을 하는 이 시대에 만일 느린 것을 추구한다면 시대에 뒤 떨어진을 넘어서 이상한 사람

괴상한 사람그래서 상종 못할 사람으로 까지 몰리게 되면서 따돌림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완행열차의 반대개념으로는 급행열차라고 할 것인데 이 이름 또한 지금도 사용되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워낙 다들 빠르게 다니고 있으니까.. 굳이 급행이라는 이름을 붙일 일도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곳 산골마을

산허리쯤에 있는 기차역에서 어쩌다가 기차를 타보면 가장 요금이 싼 기차임에도 저 어릴 적 급행열차보다도 더

빠르게 달리는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랜 기억이지만 더듬어 보면 언젠가 논산에서 서울까지 오는 기차를 탔는데

마냥 느긋하였던 그 완행열차는 장장 8시간 만에야 서울 용산역에 닿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또 그 즈음 언젠가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12시간이 꼬박 걸리는 완행열차를 타보았던 기억도 역시 있는 것을 떠올리면서 지금 저렇게

거침없이 달려가는 KTX 열차 같은 것을 보자면 정말.. 정말! 입니다.

 

이렇듯 빠른 시대에도 사람들이 느리고 천천히가기를 원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세월입니다. ‘세월이 빨리 간다라고

하는 것은 그 만큼 나이를 더 먹으며 늙어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모양과 현상은 나이가 어지간히 든 이제는

그럴 일도 없는 사람들인 것 같은 이들에게 더욱 그러한 것 같은데 쯧, 딴 사람 볼 것도 없이 지금 이렇게 환갑 진갑을

다 지낸 65세 노인인 저부터도 어쩐지 세월이 무척이나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만 세월에게 밉보여서 그러는

일은 아닐 테고.. 또 아주 길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저도 아니지만 나이라고 하는 것은 더 할수록 그러한 조급

모양을 더 키워내는 것 같군요.

 

 

 

 

 

 

그러면 왜 조급해지는 것일까.. 아직 하여야 할 일이 많아서..?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밥 먹고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집 주변이나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경로당에 들려서

밤새 안녕들을 살피고 저녁밥까지 얻어먹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TV 리모컨을 잡아들고서.. 일찌감치(?)

노인 된 어떤 분이 자신의 하루 일과를 어떤 게시판에 공개를 한 것으로서 물론 모든 노인들이 다 같지는 않지만

같은 시간을 젊은이로 지내는 이들 보다는 훨씬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할 것인데 그래도 뭔가에 대하여 조급해 하는

노인 된 이들의 모양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뭔가가 과연 무엇일까.. 왜 이제는 쉴만한 이들의 자리를 그렇게 잠식하여 들어오면서 편안함을 빼앗고

방해하며 느긋함에 어깃장을 놓는 것일까.. 이제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아니하였다라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인정과

확인에 그 재촉이 더하여지는 것일까.. 이제 얼마 남지 아니하였으니까 점점 더 힘이 나고 편하여 지지는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고 저 어릴 적 그리고 청년 적에 많은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이 공히 다들 그러셨고 듣는 이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렇다면 그렇게 뛰고 있는 마라토너들은 결승점이 다가올수록 더 힘이 나고 의욕이

넘치게 되는 것인지.. 혹은 이제는 거의 다 왔다라는 안도감에 보다 긴 호흡으로 좀 더 느긋하여지는 모양이 되어지는

것인지.. 물론 간발의 차이로 메달의 색깔이 바뀌는 실전의 경우라고 한다면 다 와갈수록 힘과 스피드를 더하여야 하겠지만

인생의 마름선 앞에서의 모양은 좀 달라야 하는 것 같고.. 또 혹 나는 1등으로 달려왔다.’는 사람과 나는 꼴찌로 들어간다.

는 사람의 구분이 너무나도 선명하여 크게 다른 모습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쯤을

달리고 있으며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막상 써놓고 보니 조금은 복잡하여지면서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문제라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이지만 저는 애써

느긋하여 질 것을 권하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마라톤 경주 같은 것은 결승점 앞에서도 포기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지만 인생은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그저 죽으나 사나결승선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또 그렇듯 세상의 경기에서는

그렇듯 끝까지 열심히 뛴 수고에 메달의 상찬(賞讚)이 주어지지만 인생의 마름 장막은 그것으로 드르륵 쳐지면서

육신의 모든 움직임의 종말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인생의 만년 부분은 급행열차처럼 달리지 말고

완행열차처럼 느긋하게 나의 기식의 즐거움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노인이 되면 욕심이 많아진다.”고들 말합니다. 이제는 그것을 노인이 되면 웃음이 많아진다.”로 바꾸어가야 할 것입니다.

욕심을 부리는 얼굴에서는 웃음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고 웃음기 없는노인의 얼굴이란 그 모습 자체가 비극이고

끔찍함입니다. 싫든 좋든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들이 되어서 누구나의 쯧쯧 하는 안쓰러운 시선을 받게 되는데 거기에

그 주름들이 이렇게 저렇게 요동치는 모양으로 퍼즐처럼 맞추어진 화난 얼굴을 연출하여 놓은 것을 바라본다고 하는 것은

마치 호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은 노인의 조급함을 놓지 못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교통사고의 80% 이상이 속도만 줄인다면일어나지 않을 것들이라고 하는 교통부의 보고 발표를 우리는 잘 압니다.

천천히 가는 자동차의 지나감의 앞에서는 그 부딪힘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 늙은이 된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어서 만년의 속도를 더욱 늦추지 아니하면 앞에 있는 자식들도 들이 받게 되고 손자들도 치게 되고 친구들과

이웃들과도 역시 이리 저리 쿵쿵 부딪히게 하는 사고를 피할 수 없으며 그러할 때에 그 어느 곳에서도 웃음의 모양은

찾을 수 없게 됩니다.

 

.. 여기 강원도 산골 기차역 신림역차를 몰고 나와 앉아 서울에서 내려온다는 딸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저렇듯 빠앙

덜커덩 덜커덩 어쩌다가 한 대씩 청량리로 올라가는 기차 또는 제천으로 내려가는 기차 역시 그렇게 같은 소리를 내며

내달리는 것들을 보면서.. 그래 인생도 저 모습과 같지 않겠어 이곳 산골 마을 작은 역 같은 것에는 눈길 한 번도 안주고

내달리는 급행열차들처럼 바쁘고 분주히 달려들 가지만.. 깊은 지혜의 한숨으로돌아본다면 이 작은 역에서도 스르르

정차하여 이 겨울의 차가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 없이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 보기도 하고 멀리 눈 덮인 산야를

바라보면서 지금 나의 달리고 있음을 돌아보며 그 의미와 향방을 한 번 쯤 되새겨 본다면 유익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하여 봅니다.

 

그런데 정작 이 작은 신림역은 그렇게 빨리 달리는 열차들의 정차를 허용하지 않고(!) 느리고 천천히 그리고 가끔씩은

가다가 서서 다른 기차에게 선로를 양보하며 달리는 기차들만의 정차를 허용(?)하고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더욱

의미를 두어 찬찬히 살펴보게 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은 혹시 노인이십니까.. 저도 엊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데..

이제 우리 좀 더 주변을 천천히 살펴가면서 누구를 들이받지도 말고 누구와도 싸우지 않으면서 만년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허허.

 

- 산골어부 2020126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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