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우(khw***) 2020-01-14 21:58:42
드디어 제 나이 65세가 되어 정부에서 발행한 ‘기초연금수급을 위한 안내서’가 제 이름을 수신자로 큼직하고
선명하게 적힌 우편으로 배달되어 왔습니다. 사실은 만(滿)이 되려면 아직 좀 더 남았는데 ‘한 달 전부터’
신청을 받는다고 하네요. 아마도 원활한 일처리와 수급 모양에 혹 있을 수 있는 불편이나 지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래.. 우리나라도 이제는 모든 국가 행정의 일처리 등에서 선진국 형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어.. 하며 마음속으로 반기게 되는군요.
듣고 있는 바로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든다고 합니다. 우선 당장 체감으로
느끼는 것만 보아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거의 모든 시설 철도 지하철 편의 및 놀이 시설 등의 그 사용과
이용요금에서 65세 이상인 이들에게는 무료, 할인 등의 편의를 폭넓게 제공하고 있는데다가 그저 저처럼
별무 ‘공로 없이 나이만 먹은 사람들’에게도 이렇듯 20~30만 원 정도를 매월 지원하여 준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이들은 정권의 ‘선심정책’이니 ‘표밭일굼’이니 하면서 손사래를 치기는 하지만.. 저는 나라 경제가
허락하는 수준에서 되어가는 일이라면 매우 좋은 일 ‘훈훈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가난해서 어렵고 힘들고 고단한 형편과 처지에 있는 이들이 많이 있기 때문인데 저만 하여도
살림이 궁색하기는 하지만 매월 20~30만 원 정도의 나랏돈 지원금은 생활 또는 생존을 위하여 꼭 있어야만 하는
액수는 아니어서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나라에서 주는 용돈’정도로 생각되기는 하지만 그렇듯 액수를 따져
보기 보다는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는다고 하는 느낌을 주고받는 다는 것이 우리 사회를 밝게 하는
요소와 여건이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고 더 들고 늙게 되면 꼭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바로 ‘외로움’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건강하고 튼튼한 젊은 몸으로 영차! 영차! 땀 흘리며 일 할 수 있었을 적에는 주변에 이웃에 친구도 많았고 함께
웃을 사람들도 있었지마는 그렇듯 나이가 들어 슬슬 ‘뒷방 늙은이’의 모습을 점점 더 갖추어가는 나 자신을
어제도 오늘도 발견하게 될 적에는.. 누구나 다 겪는 ‘나이 듦’ 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모를
억울함과 원망함이 뒤 섞이기도 하고 그래서 또 더 우울하여지고 휴.. 긴 한숨을 토해내게 되는 모양들이 잦아지게 됩니다.
그런데다가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힘들어서 혹 지금 뒤에 이을 끼니마저 은근히 염려 걱정을 하여야 하는 형편이거나
그런 처지로 내몰림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이 겨울에 두벌 세벌 겹쳐 신어보는 양말의 두터움으로도 춥고 을씨년스러운
마음의 한파를 이겨내지도 몰아내지도 못하는 것이지요. 기초연금 수급자들의 대개의 면면은 홀로 지내거나 하는 독거노인,
자녀들이 있어도 형편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 의 유형들이라고.. 또 ‘먹고 살기는’ 하기에 살아있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생활’이라고 까지 하기 에는 여유가 너무 없는 이들이 그 ‘우선 대상’이라고 안내서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즉, 생존여부를 가르는 끼니 걱정까지는 아니지만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는 이들의 애타는 속사정은
어떤 경우에는 ‘끼니 걱정’을 앞서는 것도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굶어죽을 형국에 품위는 무슨..’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얼마 전에 일간지에도 작게나마 소개된 기사 내용이 떠오릅니다. 지리산 근처 어디에서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온 어떤 할머니가 받고 있는 기초연금을 거의 쓰지 않고 꼭꼭 모아서 ‘드디어 강릉으로’ 2박3일 동해바다 구경 여행을
나왔다고 하는 기사입니다. ‘바다를 처음 본다.’고 하는 이 할머니는 그저 ‘죽기 전에 1년에 하루 만이라도 이렇든 바람을
쐬는 일이 계속 있었으면 원이 없겠다’라고 하였고 그리고 그 기초수급지원금을 어떻게 쓰시느냐고 하는 기자의 질문에는
“손주들 용돈 주는 거지 뭐”하시며 웃으셨다고 하니
과연 그렇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사는 품위’가 아닐까요.. 세상 넓은 것을 직접 경험하는 기쁨과 ‘어르신으로서’
어린 손주들의 손에 쥐어주는 천원 지폐의 즐거움..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 주변에 어렵게 사시는 노인분들이
적어도 그러한 정도의 기쁨과 즐거움은 가지고 살아가도록 해 드리는 것이 우리 아직 일하는 이들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일까.. 쯧, 모르기는 해도 아마 그러한 부분 까지도 보듬으면서 ‘고령자 기초연금’
이라는 노인과 빈자들의 골목경제 지원제도가 마련 된 것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것이 좋은 일, 착한 일이라고
생각되기에 할 수만 있으면 더 확장을 하여야 한다고 주창까지는 아니더라도 의견을 내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20~30만원이란 무엇일까.. 저 어렸을 적에.. 7만원이라고 하셨던가.. 그때 서울 사대문 밖 변두리에 막 구입을 하였던
초가집을 헐고 그 자리에 블록담장에 기와를 얹은 집을 방 6개를 들이면서 지었는데 나중에 어머니는 “돈 많이 들었다.
30만원도 더 넘게 들었으니까..”라고 고단한 모습으로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60년대 초반 즈음이었고..
1973년도인가.. 만 원짜리 지폐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사람 백 명이 밥을 사먹을 수 있는 큰 돈’이라고 하였습니다.
하긴 그때 짜장면이 60원, 설렁탕이 90~100원 쯤 하였으니 맞는 말이었지요. 만원! 그래요 무지하게 큰 돈!!
그러나 지금은 ‘10,000원’이라는 액수는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직장인들의 한 끼 식사 값이 되어 버렸습니다..
허허 30만원이라.. 반세기 넘는 전에는 번듯한 집도 살 수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다보니 한 가족의 ‘모처럼의 외식비용’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비록 어렸던 몸으로나마 그 시절 속에서 살아 보면서 1원짜리 붉은 지폐로 붕어빵 5개를 받았던
저 같은 사람은 휴.. 하게도 되고 허허..하게도 됩니다.
드디어.. 아니 기어이 세월은 흘러 저도 기초연금 수급자가 되기는 합니다만, 나이가 그 정도 되었으면 이제는 좀 ‘쉴 때도’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인생을 대충 3기 정도로 나누어서 첫 20년은 배우고 익히는 때, 또 20년은 열심히 일하는 때,
그리고 세 번째 20년은 인생을 돌아보며 자신을 정리하는 때라고들 하였는데 이제는 네 번째 20년을 생각하여야 하는 때가
되었으니 인생 3기 아닌 4기를 지낼 준비들을 필히 하여야 하는바 그러나 세월 속의 산천이 어떻게 변하든지 우리 중에 늘
있는 이들이 있으니.. 자신의 죄가 아님은 물론 게으름으로도 아니면서도 여전히 어렵고 힘든 사람들입니다. 특히 백발과
주름진 얼굴들로 여러 가지 고단하고 어려운 중에서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그래서 이러한 기초연금 수급은 좋은 일, 착한 일,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중에 있는 이들은 좀 더 여기에
지원하고 나 역시 부족하다고 하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콩 반쪽을 나누는 심정으로 그러한 이들에게 미력이라도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하겠습니다. 기초연금수급제도를 보고 지적하면서 ‘나랏돈을 펑펑 쓴다’라고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더욱 마음으로 결속되고 사랑과 보살핌으로 그 묶음이 단단해 질 때에 모든 이들이 다 같이 행복하여진다고
믿는 사람인 제가 이렇듯 ‘기초연금수급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을 계기로 삼아 서툰 말을 역시 서툰 문장으로
옮겨 놓아 보았습니다.
--- 산골어부 2020114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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