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누룽지 사탕

덕 산 2019. 11. 7. 11:03

 

 

 

 

 

 

 

 

누룽지 사탕

 

김홍우(khw***) 2019-11-02 21:19:51

 

 

언제부터인가 마을 수퍼마켙이나 도로변 가게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누룽지 맛 사탕입니다.

누룽지 향 사탕이라는 것도 있는데 사람의 입맛은 그 향(냄새)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일명 누룽지 사탕이라고 하겠는데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에만 있는 사탕이 아니겠는가 합니다.

허허. 그렇습니다. 누룽지란 솥바닥에 눌어붙은 밥이라는 사전 속 설명인데 요즘 전기밥솥에도 누룽지가

생기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1960년대를 어린 시절로 살아본 제 나이쯤이나 형님뻘 정도 되시는 분들은

누룽지라는 말에도 음식(!)에도 매우 익숙할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조금 수고를 들이며 발품을 팔면 얼마든지 누룽지를 찾아 맛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역시 지금의

누룽지는 그 옛날의 누룽지향수를 가지신 분들의 추억의 맛에는 못 미치는 것이 분명합니다. 허허. 또 그렇듯

누룽지 맛을 기억하며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렇듯 그러한 추억의 맛을 잊지 않고 품고 있는 사람들을

주된 고객으로 겨냥하여 이러한 사탕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래요.. 과연 그 옛날처럼 솥바닥을 박박 긁어서

누룽지를 먹어 볼 수 있기는 쉽지 않은 지금 과연 누룽지는 추억의 맛입니다.

 

삼시 세끼 먹을 것조차도 귀하고 변변치 않았던 시절이니 아이들의 군것질거리 같은 것은 더 멀리 요원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때 누렁콧물을 아낌없이 흘려내면서 저와 친구들은 정부미 쌀을 섞은 보리밥에

김치와 오이지를 척척 얹어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는 엄마가 그렇듯 긁어준 누룽지를 후식삼아 간식삼아 들고

동네 골목길에 나와서 이 친구 저 친구에게 한 입씩 베어 먹게 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물론 그때도 양뿔

마름모모양의 하얀색 박하사탕도 있었고 과연 큼직하였던 눈깔사탕도 있었기는 했지만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주머니가 빈약했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여전히 통용되던 불그스레하였던 ‘1원짜리

지폐도 그렇듯 귀한 모양으로 사용하여 보았으니 이제는 저도 참 옛날사람이라 하겠습니다.

 

그렇게 누룽지를 깨어 물어 먹기도 하고 그것을 다시 탕처럼 끓여서 눌은밥으로 먹기도 하였는데 언젠가는

뻥이요~”하던 뻥튀기 아저씨의 기계에 넣어졌다가 쏟아져 나오는 누룽지 뻥튀기의 모양으로 먹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그 아저씨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시나.. 그때 아이들은 대부분 단 것에 목말라 하였기에 학교 앞 허름한

노점좌판가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달고나 국자를 휘휘 열심히 저어대기도 하였지요.

 

 

 

 

 

 

그때도 쵸콜릿이라는 게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미국사람들과 미국 군인들만 먹는 것이거나 또는 아주 부잣집

아이들만 먹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어쩌다 우리 동네까지 오게된 쵸콜릿을 어른들이 한 조각

떼어주기에 난생처음 입에 넣어보기는 하였는데 향은 좋았지만 씁쓸하고 어쩐지 사탕만은 못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생애 첫 쵸콜릿과의 조우 장면은 그렇게 시시했지요. 아마도 저와 친구들이 모두

국산 토종산들이라서 그랬겠지요 우리는 여전히 누렁 콧물을 바람에 휘날리며 누룽지를 입에 물고 희희낙락했습니다.

그래서 그 모양을 들어 나중에 명명하기를 누누의 시절이라고 하였지요. 허허.

 

사탕의 단 맛을 사모했지만 당시의 형편과 처지로는 언감생심 누룽지의 구수한 맛으로 만족하던 시절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드디어 그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누룽지+사탕, 그래서 이름도 누룽지사탕인 것이 나왔군요.

달콤함도 즐기며 누룽지 향도 가득한.. 쯧 좀 진즉에 나오지 않고 설랑.. 그래서 어느 날 아내를 졸라 그 누룽지

사탕을 한 봉지 사들고 와서 종종 하나씩 입에 넣어 이리저리 굴려보는데.. 그 시절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금방 깨물어 먹지 말고 입안에서 살살 녹여 먹어라..”

 

그래요.. 가난했던 시절.. 어쩌면 엄마는 모처럼 자식의 입에 넣어진 사탕 한 개가 길게 길게 아이에게 행복감을

이어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나이를 훌쩍 넘어선 지금에서야 그러한 생각이 들다니..

사람의 철은 원래 이렇게 늦게 드는 것인가.. 아니 나만 그렇겠지 뭐.. 쯧쯧..

 

구수한 누룽지와 달콤한 사탕의 접목이라.. 이러한 조합을 처음 생각한 사람은 또 누구일까.. 아마도

누룽지의 시절을 살아본 사람이겠지.. 그 시절 속 나처럼 누룽지를 먹으면서 한 편으로는 골목길 옆

점방 커다란 유리병 속에 들어있던 눈깔사탕을 아닌 듯 힐끔 힐끔 쳐다보았던.. 휴 이제는 거의 60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람이 늙으면 추억으로 산다고 하였던가.. 지금 내 입속에서 마치 그때처럼

조심조심 조금씩 녹아지고 있는 누룽지 사탕달콤함과 또 참 잘 조화시켜 놓은 누룽지 냄새

코로 마음으로 맡아가면서 이렇듯 어린 시절의 추억에 젖어 봅니다..

 

- 산골어부 2019112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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