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사는 세상

욕쟁이 할머니의 패기

덕 산 2017. 7. 12. 14:39

 

 

 

 

 

 

 

예전에 삼전동에 위치한 어느 식당의 이야기...

점심때가 지나서 난 그 식당에 들어섰다.

그 일대에서는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가 계신 식당...

음식 솜씨도 유명하다..

 

하지만 더 유명한건 밥보다 배불리 먹고 나올 수 있는 할머니의 욕!!!

" 할매밥줘!!! "

" 머 하느라고 여태 밥도 못 얻어 처먹고 댕겨!! "

" 하하 여전 하네? "

" 여전허긴 써글 놈아 우선 물이나 처먹어!! "

차가운 보리차를 물통째 던져주는 할머니..

내가 이 식당에 처음 왔을 때가 기억난다.

 

지나는 길에 무심코 들어선 식당..

기대했던

" 어서 옵쑈~ "

라는 인사 대신에...

"자리 없으니까 여기 같이 낑겨 앉아 처먹어!! "

 

허리굽은 할머니의 날카로운 막말 ;;

당황스러웠다.

" 할머니 좀 기다렸다 먹죠 뭐.."

"배고픈데 뭘 기다려!!! 여기 같이 앉아 처먹어!! "

 

메뉴판도 없다.

주문도 받지 않는다.

참 당황스럽다.......;

그때 할머니의 욕지거리 덕에

합석한 테이블의 여자가 웃으며 말을 한다.

" 여기 처음 오셨나봐요? "

" ? ..지나가다가 들어왔죠.. "

" 후후 제대로 오셨네요... "

" 근데 여기 메뉴판이 없네요? "

" ? ..여긴 메뉴 없어요..그냥 주는 데로 먹어야죠..후훗 "

웃기는 썅;;

 

 

 

 

 

 

 

 

 

내가 무슨 개돼지도 아니고 내 돈 내고 밥 먹으면서 주는데로 먹긴;;;

잠시후 쟁반 가득 나오지 않고 달랑 국과 국물뿐인 음식..

"흘리지 말구 처먹어!!! "

난 밥과 국을 바라보며 기다렸다..반찬이 나오기를...

"왜 안 처먹어? ..제사 지내냐 쌍늠아!! "

" 반찬..안주세요? "

"앞에 반찬 있는데 멀 따로 줘..같이 처먹으면 돼지!! "

 

" 여기 원래 그래요..같이 드세요.. 엄마 장조림 더 줘.."

"이년은 고기만 처먹고 있어..야채가 좋은 거야... "

" ...어머니세요? "

" 아뇨...여기선 그냥 그렇게 불러요..후훗 "

"이년아 사내라고 또 꼬리치냐!! 이년은 사내만 보면 질질 흘려 아주.."

" 엄마두 참..."

 

내가 이상한건지 저 둘이 이상한건지...젝일;;

시장기에 밥을 먹으니 한공기로 양이 모자른 듯 했다.

" 밥그릇 빵꾸나것다 쌍늠아.. "

밥그릇을 휙 뺏어간 할머니는 처음보다

더 많은 밥을..아니 누룽지를 담아 주셨다.

"남기지 말고 다 처먹어!! "

무서워서이기도 했지만 맛있는 누룽지와 국..반찬으로

금새 시장기를 면하고 계산을 하고자 일어났다.

" 잘먹었습니다..얼마예요? "

"알아서 내고 가!! "

" ? "

 

 

 

 

 

 

"알아서 내라고 상늠아 귀구녕에 말뚝을 처박았나.."

 

4천원을 내밀자...

" 너 사장이야? "

" 아뇨.. "

"월급쟁인지? "

" .... "

" 월급쟁이가 무슨 밥을 먹구 4천원씩이나 처질러!!

이런 처죽일 느마 "

" 그럼.. "

 

할머니는 내손에서 이 천원만 빼 가셨다.

"가서 일 열심히 하고 돈 열심히 벌어 모아!!

기집 엉덩이에 돈 다 쑤셔 밖지 말고!! "

" ...안녕히 계세요.. "

그렇게 난 이 식당에서 당황스런 한 끼를 해결하고 갔지만..

가끔 이 근처를 지날 때면 생각이 난다.

잊을 수가 없는 구수한 할머니 손맛과 걸퍽진 욕...

이상하게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고 오히려 허허 웃음이 나온다.

 

지금 밥을 먹으면서 처음 온 듯한 사람의 어리둥절한 모습에

또 한 번 웃음을 머금어 본다..

저 사람도 분명 다시 이곳을 찾을 께다..

사적인 악담이 아닌

그 깊은 바닦에 깊은 정을 깔고서 던져주시는 할머니의

질퍽한 욕 한 사발...진짜 꿀맛이다.

" 엄마!! 국 더줘요.. "

"바뻐 쌍늠아 니가 가서 퍼먹어!! "

 

욕을 통해 아직 정정한 할머니의 기운을 느낀다.

할머니지만 나도 이제 어머니라 부른다..

그분의 그 마음을 느끼기에.....

 

--- 모셔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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