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삼전동에 위치한 어느 식당의 이야기...
점심때가 지나서 난 그 식당에 들어섰다.
그 일대에서는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가 계신 식당...
음식 솜씨도 유명하다..
하지만 더 유명한건 밥보다 배불리 먹고 나올 수 있는 할머니의 욕!!!
" 할매밥줘!!! "
" 머 하느라고 여태 밥도 못 얻어 처먹고 댕겨!! "
" 하하 여전 하네? "
" 여전허긴 써글 놈아 우선 물이나 처먹어!! "
차가운 보리차를 물통째 던져주는 할머니..
내가 이 식당에 처음 왔을 때가 기억난다.
지나는 길에 무심코 들어선 식당..
기대했던
" 어서 옵쑈~ "
라는 인사 대신에...
"자리 없으니까 여기 같이 낑겨 앉아 처먹어!! "
허리굽은 할머니의 날카로운 막말 ;;
당황스러웠다.
" 할머니 좀 기다렸다 먹죠 뭐.."
"배고픈데 뭘 기다려!!! 여기 같이 앉아 처먹어!! "
메뉴판도 없다.
주문도 받지 않는다.
참 당황스럽다.......썅;
그때 할머니의 욕지거리 덕에
합석한 테이블의 여자가 웃으며 말을 한다.
" 여기 처음 오셨나봐요? "
" 네? 네..지나가다가 들어왔죠.. "
" 후후 제대로 오셨네요... "
" 근데 여기 메뉴판이 없네요? "
" 네? 아..여긴 메뉴 없어요..그냥 주는 데로 먹어야죠..후훗 "
웃기는 썅;;
내가 무슨 개돼지도 아니고 내 돈 내고 밥 먹으면서 주는데로 먹긴;;;
잠시후 쟁반 가득 나오지 않고 달랑 국과 국물뿐인 음식..
"흘리지 말구 처먹어!!! "
난 밥과 국을 바라보며 기다렸다..반찬이 나오기를...
"왜 안 처먹어? ..제사 지내냐 쌍늠아!! "
" 반찬..안주세요? "
"앞에 반찬 있는데 멀 따로 줘..같이 처먹으면 돼지!! "
" 여기 원래 그래요..같이 드세요.. 엄마 장조림 더 줘.."
"이년은 고기만 처먹고 있어..야채가 좋은 거야... "
" 헛...어머니세요? "
" 아뇨...여기선 그냥 그렇게 불러요..후훗 "
"이년아 사내라고 또 꼬리치냐!! 이년은 사내만 보면 질질 흘려 아주.."
" 엄마두 참..."
내가 이상한건지 저 둘이 이상한건지...젝일;;
시장기에 밥을 먹으니 한공기로 양이 모자른 듯 했다.
" 밥그릇 빵꾸나것다 쌍늠아.. "
밥그릇을 휙 뺏어간 할머니는 처음보다
더 많은 밥을..아니 누룽지를 담아 주셨다.
"남기지 말고 다 처먹어!! "
무서워서이기도 했지만 맛있는 누룽지와 국..반찬으로
금새 시장기를 면하고 계산을 하고자 일어났다.
" 잘먹었습니다..얼마예요? "
"알아서 내고 가!! "
" 네? "
"알아서 내라고 상늠아 귀구녕에 말뚝을 처박았나.."
4천원을 내밀자...
" 너 사장이야? "
" 아뇨.. "
"월급쟁인지? "
" 네.... "
" 월급쟁이가 무슨 밥을 먹구 4천원씩이나 처질러!!
이런 처죽일 느마 "
" 그럼.. "
할머니는 내손에서 이 천원만 빼 가셨다.
"가서 일 열심히 하고 돈 열심히 벌어 모아!!
기집 엉덩이에 돈 다 쑤셔 밖지 말고!! "
" 아...안녕히 계세요.. "
그렇게 난 이 식당에서 당황스런 한 끼를 해결하고 갔지만..
가끔 이 근처를 지날 때면 생각이 난다.
잊을 수가 없는 구수한 할머니 손맛과 걸퍽진 욕...
이상하게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고 오히려 허허 웃음이 나온다.
지금 밥을 먹으면서 처음 온 듯한 사람의 어리둥절한 모습에
또 한 번 웃음을 머금어 본다..
저 사람도 분명 다시 이곳을 찾을 께다..
사적인 악담이 아닌
그 깊은 바닦에 깊은 정을 깔고서 던져주시는 할머니의
질퍽한 욕 한 사발...진짜 꿀맛이다.
" 엄마!! 국 더줘요.. "
"바뻐 쌍늠아 니가 가서 퍼먹어!! "
욕을 통해 아직 정정한 할머니의 기운을 느낀다.
할머니지만 나도 이제 어머니라 부른다..
그분의 그 마음을 느끼기에.....
--- 모셔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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