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시한부 인생

덕 산 2016. 9. 27. 08:36

 

 

 

 

 

 

 

 

 

홍우(khw***) 2016.09.26 21:05:11

 

시한부 인생이라고 하면 암()이라든가 불치의 병을 가진 모양들로 머지않아 세상을 하직하게 되는 날을

받아 놓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2~3개월 일 수도 있고 1~2년 일 수도 있으며 그보다 더 긴 10

이상일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이러한 내용을 다룬 영화나 TV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들이 보다 극적인

- 그래서 더욱 드라마틱한 전개가 용이하도록 하여 시청률을 올리고자 한 탓에

주로 1년이나 몇 개월 안팎 정도의 기간을 선택하고 있고

- 그래서이겠지요. 보통 시한부 인생이라고 하면 몇 개월 정도로 남은 삶을 말하는 것으로 보편 인식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드물지 않은 천만관객에 버금가는 모양으로 예전에 크게 히트하며 관객몰이를 하던 시한부 삶을 다룬 영화

러브스토리스잔나같은 영화나 역시 비슷한 시한부 내용으로 열 번 스무 번 번복되는 우리나라 TV드라마를 보면서

함께 눈물 흘리며 마음 아파하던 사람들의 인식 속에 시한부 인생이란 그렇듯 서너 달 안팎의 시간만이 남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말하는 것으로 굳어졌습니다.

1달이건 1년이건 10년이건 정하여진 기간밖에는 살 수 없다는 명제 아래에서라면 사람 역시 100년을 기약도

보증도 못하기에 시한부 인생입니다. , 아직까지는 아주- 아주 오래 살아봐야- 100이라고 하는 보편인식이

아쉬움과 두려움으로 범벅된 어찌할 수 없는 한계점으로서 뇌리에 새겨져 있고 아무도 부정하지도 거부하지도 못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또 무사고(無事故) 하여도 100년 안에는 다 죽는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반겨듣는 말은 또 아니지요. 왜냐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죽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00년이건 1000년이건 계속 살아있기를 원하는데 그래서이겠지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라는 말들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저승을 몸소 다녀와서 그렇듯 비교 평가를 하는 경우는 없고 그저 죽음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불안의 표현이지요.

 

영화나 TV 드라마 속에서 시한부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은 남아 있는 기간 동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계획합니다.

주로 추억의 장소를 찾거나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거나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는 것 등입니다.

또 맛있는 것을 찾아 먹기도 하고 해외여행을 하기도 하고... 마지막을 정리하지요. 무슨 일을 하든지 마지막이라는 전제가 있고

여기에 공감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고 품어주고 도와줍니다.

 

요즘에 늙어 죽는 경우란 보통 80대 중반이 가장 많고 90대 문턱을 넘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되었습니다.

호상(好喪)이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이제 저처럼 나이가 환갑을 한두 해 지난 정도가 된 사람들은 그 남은 인생

시한을 20년이나 아주 길게 보아 30년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인데 그 중에서도 어떠한 형태로이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날들 즉 활동의 시기70대 중반 정도까지로 볼 수 있다면 나머지 15년은 무엇을 하는 어떠한 모습이 되는 것일까...

 

 

 

 

 

 

흔히 뒷방 늙은이라는 자조적인 말들도 합니다. 하는 일 없이 가족의 짐만 되어 진 모양을 말하는 것인데

-! 비참한 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보다 수십년 앞선 시점부터 노령인구의 계속되는 증가로 고민하고 있는

일본은 그렇듯 생산은 없고 소비만 있는-”사람들을 위한- 또는 대한- 고민과 그 수용을 위한 대책들을 내어놓고는 있지만

젊은이와 노인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정책은 역시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그것이 생명과 늙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생명을 가지고 있고, 또 누구나 다 늙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것은 결국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며

우리 모두의 일이고 따라서 어떤 대책이든 정책이든 결국은 그것이 나와 우리 가족의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시간이 정하여져 있는 삶- 그것도 긴 시간이 아닌 짧은 시간들만이 공히 주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자신의 끝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몸부림을 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시간을 넘어서지 못하고

세월에 항복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야 말지요.

 

우리는 모두 시한부인생이지만 아무도 내가 시한부인생이라고 생각하며 늘 전전긍긍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들은

대단한 아이러니인데 다행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포기의 모양이고 또 달리 생각하면 극복의 모양이기도 합니다...

지금 인생의 어느 지점에 와있습니까? ‘인생을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라면 벌써 살아온 날들보다 남아 있는 날들

많지 않은 때에 이른 것이 분명합니다. , ‘돌아보는 나이가 된 것이고 그래... 깊은 한숨으로 하나씩 하나씩

마름의 준비하여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지요.

 

환갑의 나이를 지나면서 제 연배로 부모 된 이들의 자녀 혼인 청첩장들을 받아보고 있노라면 그래 이제는 어느덧

아이들에게 바톤을 넘겨 줄 때가 되었구나 이렇게 한 세대는 가고 또 한 세대는 오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 번 지난날들의 영상들을 아쉬움으로 새삼 돌려보게 됩니다.

 

누렁콧물- 그때는 왜 그렇게들 코를 많이 흘렸던가... -쓱 문지른 옷소매가 반질반질했었지... 쿵당-쿵당- 찬장 선반 위에 있던

50원짜리 지폐를 엄마 몰래 들고 나와서 친구들과 전차타고 뚝섬으로 수영하러 갔던 여름날... 몇 날이 지나도록 엄마의

눈을 마주보지 못하였지... 이제는 엄마도 그 시한(時限)을 다하고 하늘나라에 가셨고 반질반질 옷소매 친구들 중에도

벌써 먼저 떠난 친구도 있지... 처음부터 그렇게 짧은 시간을 받아가지고 나온 것이더냐... , 그래..

아직은 초읽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째깍-째깍-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기는 하는구나...

 

산골어부  2016-9-24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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