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을을 반기며

덕 산 2016. 8. 25. 16:06

 

 

 

 

 

 

 

 

구흥서(khs***) 2016.08.25 11:50:21

 

오늘은 제법 하늘이 파랗다. 더운 열기로 희뿌옇게 대지를 덮던 열기가 사라진 것같음에

가을이 온것을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 하늘만 보아도 아는 일기예보가 매번 틀리는 것을 보며

자연을 너무얕잡아 본 문명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지독하게 귀뚜라미 소리가 크다.

더운 한낮의 열기를 참고 견디며 어둠속에 다가온 가을을 미리 맞이하고선 서로의

사랑을 즐기며 축제를 열고 있는 듯하다.

고요히 잠들어야 하는 밤에만 그소리가 깊게 들려 한편으로는 섭섭함도 있었다.

 

추석이 다가오는 가을은 이미 와 있었다. 조상님 묘소에 벌초를 하여야 하고 명절의

즐거움을 누려야 함에 무더위로 인한 곳곳의 피해사례가 들려와 내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무겁다.

나도 농삿군 자식이였기에 땅과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 하고도 남는다.

 

부모님 묘소에 풀을 베러 갈 날을 잡아두었다. 종중 들이 모여 하는 벌초는 너무 할일이 많아

부모님 묘소는 내가 직접 찾아가 벌초를 해드렸다. 이제 남은 형제가 셋..

내가 제일 어리고 고향 근처에 살기에 그 할일을 내몫으로 생각하고 있다.

작년 벌초를 끝내고 시제를 지낼때 큰 조카가 뇌출혈로 쓸어졌다.

80이 넘은 큰 조카는 매번 벌초나 시제때 참석을 했기에 건강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 데 나이탓인지 아니면 고단한 일정 때문인지 조싱님들게 제를 올리려

술잔을 올리다 쓸어지고 난후 지금껏 사경을 헤매고 있다.

 

고향 큰집은 언제나 추석이면 대가족 들의 집합소였다.

우리 집성촌으로 사촌들의 가족들만 모였어도 안마당이 가득했었다.

차례를 지내도 몇순번을 지나야 순서가 돌아올 정도의 대 가족이 모여 명절은

가족모두의 소통의 장소였고 희망과 행복이 넘실 거리던 시간이였다.

시간은 참으로 처절하게도 지나간 그리움을 냉정하게 빼앗아 간다.

이제 겨우 3-40년이 흘렀건만 고향집은 텅텅 비어있고 찾아갈 고향집도 사라져 버렸다.

 

 

 

 

 

 

고향에 터전을 잡고 살던 형들도 멀리 떠나고 덩그러니

남은 큰집엔 늙은 형수가 외롭게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

 

차를 몰고 달리며 바라보는 고향의 벌판은 황금 빛으로 넘실 거리지만 추곡의 값이

만만치 않게 내려 근심이 더 크다는 후배의 말이 있었다."농사를 지어도 남는게 없다"

형의 깊은 시름이 들리는 것같다. 읍내 농협에서 지역의 쌀을 세일 한다고 문자가 왔다.

전국 최고의 쌀고장이라고 자부한 곳이라 20키로에 4만원 이라며 쌀소비를

적극선전하는 듯해 조금은 안타까웠다. 농협에선 쌀값을 내려 야 팔리고 농민은 쌀값을

올려달라 하니 정부도 고민이 많을 듯했다. 남아도는 쌀....언제적 이야기 일까?.

거친 보리밥을 앞에두고 하얀 쌀밥을 꿈꾸던 시절이 어쩌면 이렇게 금세 사라지고

쌀이 남아돌아 걱정을 하는 시대가 도래해 있다.

 

도시에 사는 늙은 형은 벌초에 오지 못할 것이다. 온다 해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할것이다.

더위 때문에 새벽에 가서 작업을 할것이다. 조카 녀석들도 제 살림을 꾸리고 살다보니

시간을 내기 어려울것 같았다. 그리고 지나친 무더위 때문에 고생을 해보지 않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 무더운 노역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올해만..." 나는 또 다짐을 한다.

"내년에는 꼭 화장으로 모셔 드릴게요.." 부모님께 약속을 드릴것이다.

부모님 영혼이 계신다면 찾아오지 않는 자손들의 그리움을 서운함으로 담으시겠지만

세상이 이렇게 변해보린 것을 알지 못하실 것임으로 살아있는 내가 떠나기전에 마무리를 하고갈것이다.

 

오늘 밤엔 비가 조금 온다했으니 더위에 지친 초목들이 한숨을 돌릴것같다.

뒷뜰에 사다심은 6년생 살구나무가 말라 죽었다. 그곳을 지나며 미안하다고 마른가지를 잡고 말했다.

더위는 지독하게 우리의 시간을 지치게 만들었지만 자연은 그래도 가을을 불러다 주었다.

좀 지나면 춥다며 겨울용 두터운 옷을 입겠지만 오늘 다가온 가을을 맞으며 해야할 일들을 고민 할것이다.

 

파랗게 물든 하늘아래 푸른 숲을 타고오는 바람을 맞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행복한가?"

 

--- 글 출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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