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흥서(khs***) 2016.06.09 14:43:21
해가 질 때 쯤이면 운동을 나선다. 운동이래야 뒷숲을 걷는 것이지만 그것이
건강을 이어줄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다. 한시간 남짖을 걷다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요즘들어 새삼 느끼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삶의 틀을 조금은 바꾸어야 할 때가 된듯함이다.
인생 칠십년 넘게 가부장 적으로 살아왔다. 모든 대소사의 결정을 내가하고 가장이라는
이유로 무척이나 살갑지 않은 권위를 담고 있었다.아마도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관습의
굴레에서 탈피를 하지 못한 구세대의 습관이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아내와 둘이사는 삶은 너무나 단조롭다.단조로움을 벗어나기는 어려울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사는 모습이 조금은 갑갑하지만 그역시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우둔함이라 생각한다. 문득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예전처럼 소중해지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조금씩 이라도 삶을 정리하기 위해 공개 해야할 권리도 모두다 펼쳐 놓아야겠다.
부동산과 소유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공개 할 것도 있지만 아내에게 먼저 보여주며 정리를 해야 할것이다.
소유한 나의 모든 것들을 이제 혼자서 알고 기억하기는 벅차기 때문이며 늙어가는 시간이 문득 두렵기도 해서다.
손윗 큰동서는 큰회사의 고급간부로 재직을 했었다.큰동서 집에서 신혼생활을 빌붙어 보낸적도 있었고
돈벌이가 시원치 않았을때 신세를 많이 지기도 했었다.큰동서가 갑자기 타계를하고 남겨진 처형의
삶은 정말로 감당키 어려운 근 혼란을 초래했었다. 모든것을 큰동서가 혼자서 다 처리하고 해결하여
동사무소나 은행 업무 조차도 할줄 모르던 처형의 삶속에 얼마나 큰 부담이 다가왔을 지 생각해 보았다.
나역시 대다수의 일들을 스스로 처리 하였기에 지금부터라도 아내를 세상과 조금더 가까이 접하게 하려한다.
은행도 병원도 동사무소 도 같이 다니며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거치고 들리며
해결하던 일들을 보이고 경험하게 해줄것이다.
아이들도 모두 도시에 살고 있어 가끔은 문득 겁이 나기도 한다. 언제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도 모르는
시간에 갑자기 큰일 이라도 생기면 비상 연락처라도 만들어 놓아야 겠지만 워낙 낫가림이 심한 아내가 걱정이다.
인생 칠십이 되면 쓴맛단맛 다 보고살아온 세월이지만 아직도 아내는 낫가림이 심하여 자신의
생각속에서만 자유롭다. 앞서서 걸어가는 나를 보며 아내가 말했다."꼭 앞에서 가면 좋으냐?"
나는 같이 있다는 의미를 한공간에서 같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내는 마주바라보며
있는 것 을 생각 하나보다. 앞서서 걸어가는 내 발걸음을 조금 느리게하고 동행함에
어깨를 부딧끼듯 걸어가길 원하는 것이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음이 평생 살아온 여정의 관습이되었다.
"내가 먼저 갈 것인데...미리...순서를 알려주는 것" 이라 말하며 웃었다. 내 웃음속에 내마음의 헛헛한
작은 슬픔이 담겨있슴을 느꼈다. 떠나간다는 것의 아린 마음은 누구나 다 갖고 있겠지만 현실속에
나자신을 들여다보면서 거부할수 없는 오랏줄에 걸려진 것같아 마음속엔 늘 무거운 짐이하나 걸려있다.
아이들은 나를위로 하기위해 앞으로 2-30년은 거뜬 하다 말하지만 그말이 위로가 되기보다는 나를
돌아보며 내가 존재하는 시간중에 현명하게 존재의 의미를 정리 하라는 충고로 들려온다.
매일 매일 즐겁게 살려노력한다. 그러나 지금껏 내가 만들어 놓고 지고온 짐들의 무게가
점점 버거워짐에 그것마져 내려놓기가 쉽지만은 않아 하나하나 아내랑 같이 정리하려 한다.
마당에 심어놓은 부루베리 를 한주먹 따서 들어와 아내가 차려놓은 식탁위에 올려 놓았다.고추와 오이..
상추도 곁들인 시골밥상 앞에 앉아 나누는 이야기가 우리가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그것 만이 내가 아내에게 배려하는 시간이다.잠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해 집안에 같이 있어도
아내는 연속극, 나는 컴퓨터나 뉴스로 시간을 때운다. 같은 공간이지만 각자 다른 취향으로 별개의
시간을 갖게 됨이 나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그래도 짬짬히 나누는 이야기는 손주들의 소식으로
채워지는 시간또한 즐겁고 행복한 일 이다. 거부할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유일한 공통분모인 손주...
그 아릿한 모습이 눈에 삼삼하다.
햇살은 뜨겁고 비는 내리지 않아 매실이 열매를 떨군다.산딸기도 복분자도 열매를 키우지 못하고
있어 하늘을 쳐다본다. 소나기 소식은 이곳과는 별개 인것같다.초여름이다. 아주 천천히 스며들듯
생각의 틀을 바꾸려는 내 마음이 조금은 서두름이 보인다. 소유한 것들을 미리미리 어찌 할 것인가를
말로서 상대에게 각인시키며 어떻게 정리하고 나누어야 슬기롭게 정리가 되는지도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오늘 새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왜 이렇게 계절은 짖푸르른 녹음을 앞에 보여주며
붉디 붉은 장미는 저렇게 고혹스럽게 피어 바람에 흔들릴까?.
85세의 선배가 내사무실을 방문했다.3개월전 아내를 먼저보내고 시골에서 큰 고택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고했다. 세 아들중에 하나를 곁으로 불러 살고싶어 하는데
곁으로 올 자식이 없다고 한탄했다. 그 선배를 보며 남의일 같지 않음이 왜이리 진하게
마음으로 스며드는지 ....."재산을 미리 넘겨주면 더 외톨이가 된다"는 선배의 논리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자식도 믿지못하는 시대의 슬픈 현실이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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