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스쳤기에 인연이라면
천생의 연으로
당신이 나를 스쳤으니
이 또한 인연입니다.
귀천은 굳이 나누지 맙시다
애증도 행복과
불행도 정하지 맙시다
당신과 내가
사람과 짐승과 벌레가
모두 사는 세상에 함께 하였으니
되돌려 아파 할 일이면
이 만큼만 알고 지나갑시다.
그리하여 서로의 얼굴이
바람처럼 불어갈 즈음
가슴에서 울컥 설움이 솟거든
사랑했다 합시다.
만났던 모든 것이
쓸쓸히 지났음에
노엽지 않을만 하거든
그때에도 따끈한 온기가 있거든
그 가슴에서 그립다 생각 합시다.
풀잎도 열매도
낙엽과 모든 것의 그림자까지
그 속에 내가 있었음을
그래도 다행히 우리였음을
몹시도 사랑했다면
인연의 덕이라 그리 합니다
--- 강봉환 “외로운 고사목이어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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