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백건 기자
입력 : 2015.04.21 11:33 | 수정 : 2015.04.21 13:20
21일 0시 52분. 국무총리실은 ‘이 총리가 국무총리직 사임의 뜻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단에게 배포했다. 청와대도 곧바로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정치권에서 이 총리의 사퇴는 “예정된 수순” 정도로 받아들여졌지만,
한밤의 사의(辭意) 표명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곳곳에서 감지된 ‘사퇴 신호’…일정 취소, 조기 퇴근
이 총리의 ‘한밤 사퇴’는 야당의 해임건의안 발의 압박과 함께 점차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여당과
여론의 분위기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안 계시지만 국정은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며
총리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20일 오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추경호 국무조정실장과 최민호 비서실장을 불러 잠시 티타임을 가졌을 뿐,
이후 총리실 실·국장들의 업무보고는 받지 않은 채 집무실에서 ‘두문불출’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총리가 이날, 평소 보다 이른 시각인 오후 5시쯤 총리 공관으로 퇴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총리가 중대 결단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총리실 내부에 돌았었다”고 했다.
이 총리가 이날 23일로 예정된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식 참석을 취소했다는 소식도 그의 사퇴설을 증폭시켰다.
복수의 총리실 관계자들은 “20일 야당은 해임건의안 제출을 계속 거론하며 공세를 폈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사퇴 여론이 급속히 퍼졌다”며 “이 총리는
이 상황을 지켜본 뒤 공관으로 퇴근해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성완종 리스트’보다 커진 ‘거짓말 논란’
이 총리의 돌연 사퇴는 자초한 면이 크다.
그는 지난 10일 ‘성완종 리스트’가 터졌을 당시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친분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둘 사이의 잦은 만남과 1년간 수백 차례의 통화 기록 정황이 나오자
“같은 충청 출신이고 제가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만나고 통화한 것은)당연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성 전 회장과의 ‘독대’에 대해서도 그는 처음엔 “결코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이후 둘이 독대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자 “독대한 기억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을 바꿨다.
여권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 자체보다 이 총리의 잦은 말 바꾸기가 여권 내부와 여론의 분위기를
급격히 악화시켰고, 20일에 최고조에 달했다”며 “이 총리가 더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이 총리 사퇴를 요구했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도 “이 총리가 자꾸 거짓말을 하는 것을 지켜보다
자진사퇴를 촉구했던 것”이라고 했다.
◆사면초가…與 등돌리고, 野 해임건의 압박
이 총리의 돌연 사퇴에는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압박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당은 20일 ‘21일 당 의원총회를 열어 총리 해임건의안 발의를 결의하고 22일 이를 발의,
23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 한 뒤, 24일 본회의를 한 번 더 열어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식으로
이 총리와 여당을 턱 밑까지 압박했다.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인 148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129명)과 정의당(5명) 의석은 모두 134명이기 때문에 야당 단독 통과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들이 급속히 늘고 있었기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해임건의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여권 관계자는 “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만약 건의안이 통과되면,
이 총리는 헌정사에 오명을 남기게 된다”며 “자존심 강한 이 총리로서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8일 남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은 최근 성완종 파문과 함께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성완종 리스트’ 국면이 장기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4·29 재·보선에서 참배할 경우,
여당 내 책임론이 이 총리는 물론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 이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 중요한 증거나 정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선 설(說)에 불과하다.
◆靑 발빠른 대응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청와대의 반응도 신속했다.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며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귀국 후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가 새벽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대통령이 순방 중인 중남미와의 시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시차를 고려한 발표시점과 청와대의 즉각적인 대응은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이
어느 정도 사전 조율돼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사의를 표명한 날까지 63일 재임한 이 총리는 65일간 재직한 허정 총리 이후 최단명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사의 수용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사의 수용까지 재임 기간을 고려하면
최단명 총리의 오명은 벗어날 수도 있다.
- 출 처 : 조선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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