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는다는 것
- 淸草배창호 -
차마 억지로는 안되는 게 있습니다
놓지 못하는 그리움은 심해의 흙빛 속으로 빠져드는
저녁놀처럼 검붉게 타올라 산화한 사념들이
바람벽에 막혀 꿈적도 않습니다
이 게 주어진 운명이라며
나락의 질곡에 헤어나지 못한다 한들,
예단할 수 없는 허물일지라도
내 선택에 존중을 두려 합니다
이 또한 샘 같은 본디 삶이기에
억겁億劫의 윤회輪回 속에 갚지 못한
전생 업의 빚이라 생각하고
굴곡의 일상처럼 소중히 안으려 합니다
난, 이미 눈멀었으며
귀 또한 멀었기에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어서
그냥 함께할 수 있는 자체에 의미를 두려 합니다
먼 어느 날,
솜털 같은 세월이 흘러서
한 줌의 분토粉土로 묻힐 때까지
조촐한 배웅으로 참을 빚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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