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억새이야기 / 淸草배창호

덕 산 2014. 10. 16. 11:27

 

 

 

 

 

억새이야기 

            - 淸草배창호 -

 

홀씨하나

이고 있는 꽃이라고 하기엔

초라해도 그지없이 질박한 네,

소슬바람 불기만하여도

이내 얹혀 갈 가냘픈 두근거림이

속절없어도

바람의 장단에 아낌없이 주고 가는

의연한 섶 대궁,

누구하나 업둥이인 양

 

눈길조차 주지 않았건만

방천에도

산자락 묵정밭가에도

어찌 이름조차 억세게 닮았을까

끈질긴 심줄처럼

찰지게 이어진 근성이라서

이제 남은 것

서걱서걱 혼신을 다한 살붙이를

이 가을이면 윤회를 향한 상념에 들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