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 대
- 淸草배창호 -
꽃잎이 질 때이면 사뿐히
우아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바람을 타고 구른다는 걸 알았다.
굴러간다는 건,
갈바람에 가랑잎이나 하는 짓인 줄 알았는데
조곤히 내린 안개비 뒤끝,
임의 품 같은 햇살이 감싸 안아 주고 있는데도
품위를 갖춘 뒤안길 어이 펼쳐놓지 못하고
이리저리 바람 따라 굴러가는 모양새가
사람 하는 짓거리 그대로 쏙, 빼닮았으니
하시라도 그 자리에 우뚝하고
있어야 할 제자리임인데
시대의 변천 따라 처신하는 줄타기가
막장의 연출이 유행처럼 번졌으니
꽃이 피고 지고 하는
생존의 순응에서 비롯한
아낌없는 찬미를 낳았건만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조차 없으니
어쩌랴, 까마득 잊고 살 수밖에는
오늘도 기약 없는 긴 이별의 징표 아래
한 닢 꽃의 생애는
묵시적 예를 다하여 주고 가는 여정 길인데,
아무럼이면 어떨까
하늘을 쳐다보며
눈을 감고 걸어보니 이렇게도 따스한데
왜 영혼을 팽개치고 사는가,
그래도 부끄러운 줄 알고나 있을 테지만
생채기 내지 않고 남겼더라면
휘둘리지 않는 대쪽 같은 심지가
참으로 그리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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